얼마 전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 통계 2022’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3.5세로 일본(84.7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런데 한국인의 건강 수명이 66.3세에 불과해 일생 중 17.2년을 몸이 아픈 상태, 즉 유병(有病) 기간으로 살아간다는 내용도 함께 소개됐다.
기대 수명은 꾸준히 늘고 있으나 건강 수명 증가 폭은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으니,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자칫하면 장수가 ‘축복’이 아닌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다섯 가지는 잘 알려져 있다. 바로 금연, 절주,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건강한 식단 등이다. 이 건강 수칙을 권고하면, “나는 이미 실천하고 있는데요”라고 답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담배를 피우지 않고, 과음하지 않으며,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단으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국 조사를 보면 다섯 가지를 다 실천하는 사람은 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건강한 식단의 효과적 실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식품이나 보양-보신 음식을 먹는 것’을 건강한 식단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환자 진료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건강 수명을 늘리려면 ‘건강한 식단’을 실효성 있게 실천해야 한다.
첫째, 소금 섭취 줄이기다. 한국인은 나트륨 섭취 권고 기준보다 2배 이상 섭취하고 있다. 이처럼 과잉 섭취한 나트륨은 몸속에서 고혈압, 동맥경화, 심ㆍ뇌혈관 질환, 만성콩팥병 등을 일으킨다.
짜게 먹는 것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외식 빈도가 높거나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 사람은 대부분 나트륨 섭취량이 과도하다.
둘째, 단백질 섭취량 조절이다. 2020년 국민건강 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 한국 남성의 단백질 섭취량은 하루 88.1g으로 권고량의 145%이다. 여성도 59.9g으로 권고량을 18% 초과하고 있다. 단백질이 건강에 필수영양소인 것은 맞지만 외식ㆍ회식 등에서 고기(육식)를 배불리 먹는 식습관은 고쳐야 한다.
최근에는 단백질 음료도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고강도 근육 운동하는 사람들이 먹는 단백질 제품이 대중화된 것이다. 이미 단백질 섭취량이 많은 상태에서 습관적으로 단백질 음료를 마시는 것은 근육 형성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몸 안에서 이를 처리하는 간ㆍ콩팥 등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건강식품 줄이기다. 앞의 국민건강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식이보충제 경험률은 61.7%이다. 10명 중 6명이 ‘보조 식품’을 먹어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물어보면 건강 기능 식품을 하루 1~2종을 먹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고, 5~10가지를 먹는 사람도 흔하다. 심지어 매일 10~20종을 먹는다는 사람도 있다. 이는 건강을 보장하기는커녕 건강에 부담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건강 수명을 늘리려면 뭘 더 먹기보다 과잉 섭취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