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청력 ‘뚝’… 돌발성 난청, 80~90% 이명 동반

입력
2022.08.05 19:47

“삐~” 같은 소리가 들리면 자연히 증상이 호전될 것으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단순 이명(耳鳴)이라 생각했던 증상이 청각을 잃게 만드는 돌발성 난청의 동반 증상일 수 있다. 드물게 뇌종양 등 뇌질환 징후일 수 있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돌발성 난청은 말 그대로 별다른 원인 없이 갑자기 청력에 변화가 생긴 상태를 말한다. 순음 청력 검사에서 3개 이상 연속된 주파수에서 30데시벨(dB) 이상의 청력 손실이 3일 이내 발생하며 돌발성 난청으로 진단한다.

돌발성 난청은 양쪽 귀에 모두 발생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고 대개 한쪽 귀에서 발생한다. 30~5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국내 발병률은 10만 명당 20~50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발병률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청각 신경에 발생한 바이러스 감염, 혈액순환 장애, 달팽이관 내부 손상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이 밖에 알려진 원인으로는 달팽이관 속 막 파열, 자가면역성 내이 질환, 신경학적 질환, 청신경 종양 등이 있다.

돌발성 난청은 분명한 원인 없이 수시간 혹은 며칠 이내 갑자기 발생한다. 주증상은 난청과 함께 이명이 동반될 때가 많다.

돌발성 난청은 발생 시 저음이나 고음 영역에서 부분적인 청력 손실이 나타나므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익숙한 소리가 이상하게 들리는 난청 증상과 함께 실제로 소리가 나지 않는데 소리가 들린다고 느끼는 이명, 귀에 무언가 차 있는 느낌이 드는 귀 충만감, 어지럼증 등이 동반돼 나타날 수 있다.

돌발성 난청은 발병 후 자연적으로 호전되기도 한다. 김영호 서울시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전체 돌발성 난청의 3분의 1 정도에서 빠른 청력 회복을 보인다”며 “그러나 난청 정도가 심하거나 오래 방치되면 어지럼증 등 동반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발병 이전 상태로 회복되기 어렵다”고 했다.

돌발성 난청 치료는 고농도 스테로이드 호르몬제 투여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치료 과정에서 주기적인 청력 검사를 시행해 청력 변화를 계속 관찰해 호전되지 않을 때에는 주사로 스테로이드를 고막 내 직접 투약하는 방법이 병용되기도 한다.

돌발성 난청은 발생 후 초기 치료 과정과 최대 효과를 위한 치료 전략이 성패를 좌우하며, 이 시기가 지난 후에는 기대만큼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치료에 의한 청력 회복 정도는 치료 시작 시기와 초기 청력 감소 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돌발성 난청이 갑자기 찾아와 영구적인 청력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응급 질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돌발성 난청이 의심되는 증상을 느꼈다면 이른 시간 내 병원을 찾아 최적의 치료를 받아야 최선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돌발성 난청 치료를 위한 3대 원칙으로는 조기 발견ㆍ조기 진단ㆍ조기 치료를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환자가 직접 해야 하는 조기 발견은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그러나 돌발성 난청의 조기 발견은 환자의 주관적 느낌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갑자기 이명과 난청이 동시에 발생하거나, 난청 증상은 느끼지 못하고 단순한 이명으로 착각해 방치하면 치료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

한쪽 귀의 갑자기 청력 감소를 귀 먹먹함으로 착각하고 상당 기간 방치될 때도 종종 확인된다. 특히 증상 표현이 어려운 고령인이나 어린이에게 돌발성 난청이 나타나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는 더 힘들 수 있다.

이처럼 조기 발견이 어려운 돌발성 난청 특징으로 인해 증상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후 뒤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매년 줄지 않고 있다.

돌발성 난청은 가족력이나 개인 과거력과 관련해 나타나는 다른 질환과 달리, 예측이 불가능하고 누구에게나 갑자기 발생할 수 있으므로 돌발성 난청의 기본 지식ㆍ정보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조기 발견에 매우 중요하다.

돌발성 난청은 언제 누구에게 나타날지 모르는 응급 질환이므로 예방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이 없다. 따라서 청력을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청력 이상이나 이명, 귀 먹먹감, 어지럼증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가까운 전문병원을 찾는 것이 최선의 대처법이라 할 수 있다.

건강검진 시 시행하는 단순한 방식의 청력 검사만으로는 자신의 청력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순음 청력 검사와 어음 역치 검사 등 정밀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돌발성 난청 발생 이전부터 청력이 좋지 않다면 돌발성 난청이 나타나도 청력 감소를 자각하기 어렵기에 반드시 청력 검사를 포함한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또한 돌발성 난청의 발병 위험이 높은 40~50대 중년 이상에 해당하면 주파수별 자신의 청력을 확인하고, 그 수치를 사진으로 저장하는 것이 돌발성 난청 발생 시 즉각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