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쇼미더머니'는 국내 최장수 힙합 경연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2년 첫 방송 이후 한국 힙합 대중화의 명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각 시즌마다 인상 깊은 래퍼들이 나왔고 또 대중이 미처 알지 못했던 원석이 발굴되기도 했다. 시즌9에서는 '쇼미더머니' 이후 '놀면 뭐하니'로 예능과 음악적 성과를 모두 거둔 라이징스타 원슈타인을 발굴하기도 했다.
각종 TV화제성 순위 1위를 연속 기록하며 10년의 헤리티지를 증명했다는 '쇼미더머니'지만 장수의 딜레마 또한 존재한다. 바로 짝수 징크스다. 징검다리 징크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화제성과 시청률, 음원 성적을 비교했을 때 유독 홀수 시즌이 흥행한 경우가 대다수다. 반면 짝수 시즌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승자 계보는 다음과 같다. 시즌1 로꼬·시즌2 소울다이브·시즌3 바비·시즌4 베이직·시즌5 비와이·시즌6 행주·시즌7 나플라·시즌8 펀치넬로·시즌9 릴보이·시즌10 조광일 순이다.
시즌6 이후로 유독 하향세가 짙었다. 펀치넬로와 조광일만 봐도 이들의 행보가 유독 홀수 시즌에 비해 활발하진 못했다. 특히 시즌9과 시즌10의 격차가 크다. 시즌9에서는 '쇼미더머니' 프로그램 내 음원차트 최장기간 1위를 기록한 'VVS'를 비롯해 '내일이 오면' 'Achoo' 'Freak' 등 인기곡을 내놓았다. 아울러 릴보이 스윙스의 재조명과 머쉬베놈 미란이 래원 등 개성 강한 래퍼들을 알리면서 '쇼미더머니'의 부흥기를 다시 이끌기도 했다. 당시 '쇼미더머니9'는 화제성은 8주 연속 비드라마 화제성 1위를 기록하면서 가요계 내 부진했던 힙합 열풍을 다시금 일으켰다. 시즌8이 1%대의 성적으로 종영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호성적'이다.
자연스럽게 시즌10에 대한 기대가 모였지만 아쉽게도 직전 시즌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10년의 역사로 마스터피스를 완성하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시즌10은 비드라마 5주 연속 1위에 그쳤다. 미션곡들을 음원사이트 상위에 올려놓으면서 그나마의 명성을 유지했는데 열 번째 시즌이라는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다.
결국 '쇼미더머니'에게는 짝수 징크스 수식어가 붙게 됐다. 아울러 복수 시즌 지원자들과 래퍼들의 논란에 따른 리스크도 크다. 대중이 익히 알만한 래퍼들이 거듭 재출격을 하는 그림은 너무나 익숙하다. 아울러 마약 혹은 폭행 사건에 연루된 참가자로 인한 모자이크도 익숙하다. 제작진의 경우 최대한 피하고 싶겠지만 '쇼미더머니'의 시그니처가 됐다.
그럼에도 '쇼미더머니'가 갖고 있는 의미는 상당하다. 힙합의 본질에 집중하는 포맷 안에서 실력파 래퍼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베테랑 래퍼들에게는 부활의 신호탄을, 신예 래퍼들에게는 대중에게 자신들을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수년 전까지는 래퍼들의 디스와 경쟁이 꽤 많은 명장면을 만들었는데 최근 들어선 래퍼들 간 우애와 유대가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했다.
이 가운데 열한 번째 시즌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작진은 "올해 '쇼미더머니11'은 힙합 뉴 제너레이션의 서막이 될 것이다. 그간 쌓여온 힙합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미션과 볼거리를 열심히 준비 중이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지난 7월 1일부터 약 한 달간 진행된 공개 모집에 3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린 것만으로도 화력은 입증됐다. 이는 지난 시즌 경신한 역대 최다 지원자 수(2만 7천여명)를 깬 기록이다. 이미 SNS를 통해 인지도 높은 래퍼들의 지원 영상이 공개됐다. 다만 'N수생' 래퍼들도 여전히 출사표를 던졌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번 시즌에는 다양한 힙합 사운드를 가진 참가자들을 주목한다. 릴보이의 서사와 여성 래퍼 신스의 존재감 등을 고려한 이유일까. 새로운 장르의 캐릭터도 발견될 것이라는 후문이다. 실력에 스타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새로운 랩 스타를 예고했다.
다만 출연자 검증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매 시즌 지원자들의 논란이 빠짐없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번 시즌 역시 우려가 깊다. 앞서 최효진 CP는 '쇼미더머니10' 제작발표회를 통해 지원자 검증에 대한 한계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당시 최 CP는 "참가자들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법적인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참가자 논란 방지가 이번 시즌에서 충분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에 '쇼미더머니'가 주어진 숙제를 잘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