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는 펠로시 만나 "中 군사훈련 즉각 중단하라" 강경 발언 쏟아내

입력
2022.08.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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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중국 군사훈련 즉각 중단하라"
펠로시 "중국 대만을 고립시킬 수 없어"
기시다 행보, 윤 대통령과 대조…중일관계 경색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조찬 회담을 갖고, 중국이 대만 주변 해역에서 벌이고 있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중국의 군사 행동을 놓고 일본이 강경 발언을 쏟아내자, 중국도 예정됐던 외교장관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중국과 대화의 물꼬를 트려던 기시다 내각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기시다·펠로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위해 공조" 재확인

기시다 총리는 이날 펠로시 의장과 1시간가량 회담한 후 "두 사람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미국과 일본이 긴밀히 공조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날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 5발이 일본이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낙하했다며 “중국을 강력히 비난”하고 “군사훈련의 즉각 중지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펠로시 의장에게 전했다고 설명했다.

펠로시 의장도 주일 미국 대사관에서 별도로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이 대만을 고립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 방문은 “현상 변경이 아니라 유지가 목적”이라면서 중국이 자신의 대만 방문을 “군사 도발의 구실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펠로시 의장과 직접 만나고 중국에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기시다 총리의 행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조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이 한국을 방문했음에도 전화 통화만 하고 중국이나 대만에 대한 언급도 전혀 하지 않았다.



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대화 물꼬 틀 계획이었지만...

기시다 총리가 펠로시 의장을 환대하고 중국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했지만,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일본 정부는 두 사람의 회동을 “조율 중”이라고만 밝혔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자체에 대해서도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중국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태도가 바뀐 것은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이 주장하는 EEZ 내에 떨어진 사실이 알려진 후였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애초 일본 정부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1년 9개월 만에 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양국 간 의사소통의 물꼬를 틀 계획이었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은 물론,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9월 29일을 앞두고 정상회담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왕이 "일본은 대만 문제 발언할 자격 없어" 격노

하지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발목을 잡았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4일 오전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 회의 때,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이 중국의 군사훈련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하자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격노했다.

그는 중일전쟁 및 대만의 현 상황을 언급하며 “역사적 책임이 있는 일본은 (대만 문제에 대해) 발언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오후 2시에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옹호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의 긴급 성명에 일본이 동참했다는 이유를 들어 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왕이 부장은 “G7이 권리를 침해한 자를 감싸고 지키려는 자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성명을 비판했다.

결국 국교정상화 50주년을 한 달 앞두고 대화를 시작해 중일관계의 미래를 모색하려 했던 일본 정부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중국이 일본과의 관계 설정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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