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尹, 약자 이준석 끌어안아야... 尹 비판 후 '말 조심' 주변서 충고"

입력
2022.08.05 13:00
'尹 발언' 비판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
"식구들끼리 싸울 땐 먼저 양보하면 승자"
"이준석, 절차 문제없다면 조기 전대 도전 가능"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준석 대표가 명백한 약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먼저 끌어안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분노를 유발한 인물로 지목된 데 대해서는 "윤 대통령을 비판한 뒤 당 안팎에서 말을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충고를 들었던 사실도 털어놨다.

박 대변인은 5일 KBS라디오(최경영의 최강시사)와 MBC라디오(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잇따라 출연해 "식구들끼리 싸울 때는 먼저 저는 양보하는 사람이 승자"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원치 않게 속마음을 들킨 상황이라, 얼마나 저는 민망하실지 생각해 봤고, 대표 입장에서는 충분히 불쾌할 수가 있다"며 "오히려 이렇게 내놓고 드러난 상황에서 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대표 입장에서 국민의힘은 돌아와야 할 집"이라며 "양자가 정말 소통을 통해서 문제를 풀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화해를 촉구했다.

또 "(이준석 대표에 대한) 수사 국면으로 강하게 가는 것보다는 이준석 대표가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을 열어 두고 우리가 함께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해석이 가미되지 않게끔 화해 양상으로 가는 최선이지 않을까"라는 말도 했다.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은 이날 '비대위' 체제로 가는 첫 관문인 상임전국위원회를 개최한다. 전국위가 당이 비상상황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리면 9일 당헌을 개정하고 비대위가 출범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렇게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이준석 대표의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변인은 "이준석 대표가 자동으로 궐위된다라고 했을 때는 어떤 정당하게 선출을 통해서 부여받은 그런 권리가 침해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며 "그래서 이에 대해서는 저는 가처분이 됐건 뭐가 됐건 적극적인 권리 구제에 노력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법적 분쟁 가능성도 제기했다.

'조기 전당대회를 한다면 이준석 대표는 당권에 다시 도전할 수 있냐'는 질문에도 "당원들이 됐건 국민들이 됐건 이준석 대표를 중심으로 했던 변화의 바람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있다"며 "그래서 어떤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면 얼마든지 (당대표에) 도전을 할 수 있고, 또 저희가 그런 국민과 당원들의 여론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일부 청년정치인들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을 촉구하는 의견에는 "(화해가) 불가능하다라고 했을 때는 사실 최후에는 당과 대통령을 지키는 길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저만 해도 이준석 대표의 어떤 당위에 대해서 지지하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현실적으로 당을 지켜야 되고, 임기 세 달 차 대통령과 당이 선을 긋는다는 전제는 성립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尹 발언 비판에 이준석 의중이? 지시받고 움직이지 않아"

자신이 조선일보 칼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분노를 일으킨 인물로 지목받은 점에 대해서는 "사심 없이 했던 일들이 나비효과가 돼 여러 해석들이 덧붙여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며 "한 달 가까이 지난 일이 이제 와서 다시 도마 위에 오른다는 게 조금 당혹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전 정권 장관 중에 훌륭한 사람 봤나'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겨냥해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한 발언 관련 비판이 이 대표를 둘러싼 모든 혼란상의 단초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혹시 윤석열 대통령이 실제로 분노했다고 느낀 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저한테 직접적으로 전달된 건 없었고, 알음알음 '약간 발언을 조심하는 게 좋겠다'라는 그런 소식은 들었었다"고 답했다. 충고를 듣게 된 경로를 묻는 추가 질문에는 "직접적인 건 아니고, 아무래도 당정에서는 또 용산 관계자들과의 관계도 있으니까 거기서 들려오는 말들"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의 비판에 이준석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느냐는 물음에는 "지시를 받고 움직이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박 대변인의 비판이 이준석 대표에게 징계가 내려진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해석에도 "합리적인 해석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변인은 "제가 쓴소리를 하기 전후에 이준석 대표의 태도가 달라진 것도 아니고, 당정의 상황이 달라진 것도 아니었다"며 "대통령께서 곤혹스러우실 수 있는 무리한 해석"이라고 했다.

박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