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징크스의 연인'] 설득력 없는 판타지가 낳은 아쉬운 성과

입력
2022.08.05 10:05
KBS2 수목극 '징크스의 연인', 아쉬운 성적과 함께 종영
무녀와 운명 판타지 설정, 시청자들 설득 못 해

'징크스의 연인'이 3%의 성적과 함께 막을 내렸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4.5%다. '징크스의 연인'의 아쉬운 성과는 비단 동시간대 방송되는 타 드라마 때문은 아니다.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미흡했던 이야기가 주 원인이다.

지난 4일 KBS2 '징크스의 연인' 마지막 회가 전파를 탔다. 불행한 자신의 삶을 숙명으로 여기고 순응하며 사는 한 인간 남자와 저주를 풀기 위해 미지의 세상 밖으로 뛰어든 여신이 잔혹한 운명을 뛰어넘으며 펼치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윤상호 감독이 '달이 뜨는 강' 이후 '징크스의 연인'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무녀 이슬비(서현)와 생선장수 공수광(나인우)의 해피엔딩이 그려졌다. 이슬비는 숨어 살았던 과거의 상처를 잊고 세상에 나왔지만 공수광을 위해 이별을 선택했다. 꼭 이슬비에게 평범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남기고 이슬비를 떠난 미수(윤지혜)는 선삼중(전광렬)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했다. 이슬비가 공수광과 함께 있는 것을 안 선동식(최정우)은 공수광을 따돌리면서 이슬비를 탐냈다. 결국 선동식이 쏜 총에 공수광이 맞게 됐다. 이를 지켜본 이슬비는 패닉에 빠졌고 순간 이슬비의 목걸이가 폭발해 시간을 돌렸다. 선동식은 악행을 돌려 받듯 이슬비의 저주에 걸렸다.

극 말미 공수광은 남해에서 기억을 잃고 살고 있는 이슬비를 찾아냈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예전처럼 금화호텔, 서동시장, 비밀의 방을 방문한 이슬비는 공수광에게 마음을 열었다. 이후 두 사람은 사랑의 결실을 맺고 아이를 낳아 행복한 삶을 살게 됐다.

작품은 해피엔딩…시청률은?

지난 6월 15일 첫 방송된 '징크스의 연인'은 당시 3.9%로 시작했다. 이후 2회 만에 4%를 돌파했으나 7회, 9회에 걸쳐 2%로 주저앉았다. 이후 마지막 회 직전인 15회에선 자체 최저 성적을 기록했으며 16회 3%로 종영했다.

'징크스의 연인'은 처음부터 동시간대 경쟁작 tvN '이브'의 화제성에 밀린데다가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등장에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하지만 '징크스의 연인'의 아쉬운 성적이 대진운 때문만은 아닌 듯 하다. 재벌이 집착할 만큼 출중한 무녀가 초능력을 사용해서 사랑하는 연인을 구해내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납득하긴 다소 미흡했던 것이다. 윤상호 감독의 첫 현대극이었던 '징크스의 연인'은 대진표부터 시청자들의 외면까지 불운만 안고 막을 내렸다.

특히 'KBS의 아들'이라고 공공연하게 불렸던 나인우의 활약은 무의미했다. KBS는 상반기 평일극 흥행을 한 번도 이끌어내지 못했기에 '징크스의 연인'에 거는 기대가 컸을 터다. 그러나 경쾌한 코미디극을 예상했던 시청자들에게 납치와 살인 사주, 감금, 재벌가의 비리와 암투 등이 펼쳐지면서 장르적 재미를 잃었다. 연인의 케미스트리로 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무녀를 둘러싼 범죄들이 보는 이들에게 피로감을 가중시킨 것이다. 결국 '징크스의 연인'은 가벼운 로맨스코미디를 보고 싶어했던 시청자들과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는 마니아층 양쪽을 잃으면서 두 마리 토끼를 놓치게 됐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남긴 의미는 서현이다. 드라마 '도둑놈, 도둑님' '시간' '사생활', 영화 '모럴센스'로 배우의 입지를 충분히 다진 서현의 캐릭터 스펙트럼이 넓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인우의 경우 이미지 답습이 짙다. 예능 '1박2일'에서도 익숙한 모습인 우직하지만 착한 캐릭터를 그대로 이어왔다. 아직까지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이 필요치 않을 시기라지만 언제까지 '바보 온달'에 갇혀 있을 순 없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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