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직격탄을 날렸다.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부실 인사검증' 논란이 불거지자 윤 대통령이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지난달 5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일을 두고,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었다"고 공개 비판한 것이다. 이 대표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한 비판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일만큼은 자제해 왔다. 그런데 '윤심'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를 전제로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될 것으로 전망되자 대통령과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지적하며, 당일 대통령실의 대응에 대해서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발언보다 심각한 것은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언론인들에게 해명하기보다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대통령을 따라가는 모습이었다"고 꼬집었다. 참모들조차 문제의식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 대표의 날 선 비판은 이날 한 언론사 칼럼에서 이 대표의 측근인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 비판하면서 여권의 비상상황이 시작됐다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된 것을 반박하면서 나왔다. 박 대변인은 지난달 여당 대변인으로선 이례적으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콕 집어 "여야가 오십보백보의 잘못을 저지르고 서로를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하는 상황이 참담하다"고 성토했다. 이 대표는 강 대변인과 비교하며 박 대변인이 "용기와 책임의식을 갖고 할 일 이상을 했다"고 두둔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반격에 나선 이유는 막다른 길에 몰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9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구성을 의결할 예정이며, 이 경우 이 대표는 자동 해임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 대표 측을 지지하는 당내 인사들은 현 대표를 축출하는 비대위 출범 저지를 위해 행동에 나섰다. 조해진·하태경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의 복귀를 전제로 비대위가 꾸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대표 사고 시 비대위는 당대표 복귀 때까지 존속된다는 규정 등을 추가한 '국민의힘 당헌 일부개정안'을 당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상생 당헌 개정안'이라는 이름을 붙여 조 의원과 하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은 5일 상임전국위를 통과할 경우 9일 전국위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2년 임기의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 취지의 개정안과 맞붙으며 표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관리형 비대위'를 저지하는 여론전도 본격화했다. 김웅 의원과 신인규 전 대변인 등은 비대위 구성 과정이 당헌·당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온라인 공론의 장('국민의힘 바로 세우기')을 만들어 세 결집에 나섰다. 4일 오후 기준 약 3,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대변인은 "당원이 (당의) 주인인데 현재 정당성이 없는 비대위가 비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실효성 있는 조치는 법원에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당 지도부도 이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대신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 등이 가처분 신청을 위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김 의원과 신 전 대변인 측도 '국바세' 여론에 힘입어 책임당원을 모아 '집단 소송' 형태로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당원과의 교류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