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난 여름, 푸른 하늘이 눈부시다. 한국인은 하늘을 푸른색으로 인식하는데 언어에 따라서는 푸른색이 없는 경우도 있다. 아마존의 피라항어는 색을 하양과 검정으로 구분하며 시베리아 추크치어는 하양, 검정, 빨강 3가지로 색을 표현한다고 한다.
우리가 쓰는 푸른색에는 '녹색'도 포함되어 '벌판, 산'과 어울릴 때 관용적으로 '푸른 벌판, 푸른 산'으로 쓰인다. 1914년 간행된 존스의 영한자전에 청색(靑色)을 'green'의 대역어로 제시한 것이나 기업 광고로 사용된 표현인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다. 최근에는 관용적 표현보다 '푸른색, 녹색' 등 구별된 색을 먼저 익힌 사람들은 '푸른 신호등'과 같은 관습적 표현이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에는 관습적 표현의 혼란 외에 색을 나타내는 낱말의 쓰임도 변화가 관찰된다. 우리말에서 색을 표현할 때는 주로 고유어나 한자어를 사용했지만 영어 단어도 종종 쓰여 다채로운 모습을 보인다. 운동경기에서 편을 나눌 때 청군, 백군이 아닌 블루팀, 화이트팀으로 나눈다. 벽이나 벽지의 색을 표현할 때 '화이트'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도 목격한다. 옷 색깔도 '레드'가 빈번하게 쓰인다. 보행자 안심 구역을 '옐로카펫'으로 부르는 것도 영어 단어가 일상에서 다채롭게 쓰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과의 문화 교류가 빈번해 쓰는 말도 더 자주 섞인다. 이런 섞임이 자연스럽다는 견해와 그래도 우리말을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색을 표현하는 낱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러분의 바다는 푸른가요, 블루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