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시간 유연화를 위한 연장근로 시간 개편 추진에 나선 가운데 한국 근로시간 제도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경직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4일 '근로시간 제도 국제비교' 보고서를 내고 "우리 제도는 창의성과 다양성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맞지 않는 낡은 틀"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법정근로시간부터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5개국(G5)과 다르게 1일 8시간, 1주 40시간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반면 미국(주 40시간)·영국(주 48시간)은 1주의 근로시간만, 독일은 1일의 근로시간(8시간)만 각각 정하고 있다.
연장 근로시간도 한국은 주 단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은 제한이 없고 일본·프랑스는 월 또는 연 기준으로 하고 있어 일시적인 업무 증가에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또 한국은 탄력·선택적 근로시간도 G5에 비해 짧았다. 탄력적 근로시간의 경우 적용기간이 최장 6개월인 반면 미국·일본·독일·영국은 1년, 프랑스는 3년이나 됐다. 선택적 근로시간 역시 한국은 원칙적으로 1개월(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업무만 3개월)이지만 일본은 3개월, 미국·독일·영국·프랑스는 노사 합의에 따라 기간을 정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새 정부에선 근로 효율성을 높이자며 연장근로 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계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9년 기준 1,626시간)을 크게 상회하는 연간 근로시간(2020년 1,927시간) 극복이 우선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선진국에는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가족돌봄, 본인건강 등 허용조항을 둬 1년 이내로만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반면 독일·영국·프랑스 등은 신청 사유에 대한 제한 없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스웨덴은 아예 정규직도 시간제와 전일제 전환을 자유롭게 해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또 미국·일본은 근로시간에 비례해 업무 성과를 측정하기 힘든 전문직은 근로시간 규제를 제외하는 제도를 적용했고, 독일은 연장근로시간을 저축했다가 필요할 때 쓰는 '근로시간 계좌제'를 사용하고 있다. 영국은 특정 시간에 일이 몰리는 간호사, 교사, 청소근로자, 아이돌봄 등의 직종을 위해 '0시간 근로계약'(근로시간을 정하지 않고 업무가 있을 때마다 일을 부여하는 제도)도 운용 중이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선진국의 제도를 참고해 근로시간 유연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