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1박 2일 대만 방문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떠나자, 미국은 대만해협 긴장 완화 등 미·중 갈등 관리 모드로 들어갔다. 다만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과 관련해서는 "감독하고 관리할 수 있다"며 견제 메시지를 내놨다.
백악관은 코로나19 재발로 백악관 관저에서 격리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국가안보팀과 전화 회의를 가졌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백악관은 이 회의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범위의 우선 순위들을 논의했다”고도 전했다.
펠로시 의장이 3일 밤 대만을 떠나 한국으로 이동했지만 중국은 4일부터 사흘간 대만을 봉쇄한 채 실사격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안보팀을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공개하면서 미국이 대응책을 준비 중임을 넌지시 알린 셈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할 때 쓰는 표현이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우리 정책과 일치하는 이번 (펠로시 의장) 방문을 일종의 위기로 만들거나 대만해협 안팎에서의 공격적인 군사 활동을 늘릴 구실로 삼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중국이 그런 식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우리는 중국이 하기로 선택한 것을 감독하고 관리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도 강조했다.
물론 “미국은 위기를 원하거나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번 방문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 등의 발언도 곁들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하루 전 “우리는 위기와 충돌의 소용돌이를 보길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 문제로 미중 간 군사적 긴장과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조절하자는 메시지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8일 4개월 만의 전화통화 회담에서 날 선 공방을 이어가면서도 대면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모두 참석 중이다. 미·중 고위급 소통으로 대화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