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회동 불발을 두고 "아마추어의 국정운영"이라며 맹폭을 가했다. '친미' 외교정책을 펼치며 문재인 정부 외교정책을 비판했던 정부에 "친중 굴종외교란 말은 입에 담지 말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아시아 순방중인 하원 의장이 다른 나라 정상을 만나고 방한했는데, 대통령실은 하루 만에 ‘휴가중이라 안 만난다, 만남 조율했다, 만남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다”며 “외교관계에서 있을 수 없는 아마추어의 창피한 국정운영”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역대급 좌충우돌 대통령과 좌초위난 정권”이라며 “100일도 안 된 정부가 날마다 대한민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라 꼴이 이지경인데 대통령은 휴가를 만끽하며 한가롭게 연극을 관람하고 술자리를 즐긴다”며 “대통령의 당당한 휴가보다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적 쇄신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도 윤 대통령 때리기에 동참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낸시 펠로시를 피한 건 (윤 대통령이) ‘유일하게’ 잘한 일”이라며 “펠로시를 의장을 만나는 것은 미중 갈등에 섶을 지고 불길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나토에 갈 때 걱정하던 최악의 상황은 임시방편으로 비켜갔다. 외교는 최소한도나마 작동은 하는 듯하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다만 “이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친중 굴종외교라는 말은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며 앞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며 친미 외교를 펼쳤던 윤석열 정부가 눈치보기에 나선 것을 비꼬기도 했다.
다만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중국과 상당한 마찰을 빚고 한국에 방문하는 것 아니냐”며 “미중갈등에 너무 깊이 빠져들지 않으려는 측면의 고려라면 비판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펠로시 의장이 불쾌하지 않게 잘 설명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정치 9단을 걸겠다"며 두 사람의 ‘깜짝 회동’을 예상하기도 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오늘 전격적으로 펠로시 의장을 면담하리라고 본다”며 “대학로 연극을 본 것도 ‘휴가 중이지만 밖에 나올 수 있다’는 암시”라고 해석했다.
그는 “한미 동맹이 가장 굳건한 외교의 본루이지만 중국과 경제 협력을 해야 하는 만큼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의 방한을 적극 환영하면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며 “꼭 만나야 하고, 중국도 이만큼 윤 대통령이 신중하게 행보를 했다고 하면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펠로시 의장과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