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이어 미국 '권력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3일 한국을 찾는다. 중국의 거센 반발에 아랑곳없이 대만을 방문한 데 이은 다음 일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휴가 중이어서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은 불투명한 상태다.
펠로시 의장은 3일 밤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차량으로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서울에 입성해 용산 하얏트 호텔에 머문다. 미국 고위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즐겨 찾는 곳이다. 일몰 뒤 야간인 만큼 헬기를 띄우지 않고 지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의 공식 카운터파트는 김진표 국회의장이다. 4일 오전 양 의장은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경제 협력, 기후위기 등 현안을 놓고 약 50분간 회담할 예정이다.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도 예정돼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이후 국회 사랑재에서 김 의장과 오찬을 함께 한다. 오찬 후 젊은 세대와의 대화라는 비공개 일정을 소화하고 이어 문화행사도 참관할 예정이다.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친 뒤 아시아 순방 마지막 기착지인 일본으로 향한다.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이던 2015년 4월 방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정의화 국회의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을 두루 만났다. 그는 앞서 대만에서도 차이잉원 총통을 비롯한 정치권 최고위급 인사들과 회동을 가졌다. 방일 기간에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만남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7년 4개월 만에 찾은 한국에서 펠로시 의장이 윤 대통령을 만날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5일까지 휴가라 일단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휴가 일정과 펠로시 의장의 방한 일정이 겹쳐 일정을 따로 잡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안보실 관계자의 만남에 대해서는 “현재 공식적으로 공개할 만한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며 “추가로 나올 내용이 있으면 알려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캄보디아로 출국해 조우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잔뜩 뿔이 난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조만간 박 장관이 중국을 찾아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할 예정인 만큼,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회동으로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방한 일정이 확정된 건 아니어서 윤 대통령과의 만남 가능성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