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최고위원 선거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영향권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본선 진출자 8명은 각자 친이재명(친명) 또는 비이재명(비명) 전략을 구사하며 5위까지 주어지는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고위원선거에 유력 당권주자인 이 의원이 소환되는 배경에는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이 의원을 뒷받침하거나 견제하는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친이낙연계이자 친문재인계로 꼽히는 윤영찬 의원은 최고위원 후보 가운데 비명 색채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기자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 의원은 연일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인다. 윤 의원은 1일 YTN 라디오에서 "저학력·저소득층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데, 그건 언론 탓"이라고 주장한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가난하고 소득이 낮은 계층을 '집단적으로 언론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얘기하면, 자칫 그분들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이자 선입견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은 이미 김대중 정부 이후부터 우리 당의 근간이고 정체성"이라며 "이를 흔드는 논의를 시작한다면 당내 큰 파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이자 '호남 대표'를 내걸고 최고위원에 도전한 송갑석 의원도 민주당의 정통성을 앞세워 이 의원을 견제하고 있다. 그는 이 의원의 저소득층 발언에 대해서도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것이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부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를 이끈 고영인 의원은 "염치 있는 정당"을 기치로 이 의원의 '명분 없는 출마'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 후보 토론회에서 대선에서 패한 이 의원이 6·1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을 지적하며 "민주당이 세 번 연거푸 내려진 패배에 대한 상식적 수순을 밟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고위원선거에서 비명 색채를 드러내는 전략은 이 의원의 출마에 비판적인 전당대회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당대표 선거는 '어대명'이라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최고위원선거를 통해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당원이나 지지층의 지분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지난달 28일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이 의원과 각을 세웠던 다수가 탈락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전략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친명·비명 이분법적인 구도에 속하지 않으려는 후보도 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친문계 후보인 고민정 의원이 이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있다. 고 의원과 가까운 인사는 "전당대회 유권자는 누가 윤석열 정부를 가장 잘 견제할 수 있는지를 평가할 것"이라며 "대여 전투력이 중요한 만큼 계파색을 드러내면서 당내 선거를 치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친명 최고위원 후보로는 서영교, 정청래, 박찬대, 장경태 의원이 경합하고 있다. 서 의원과 정 의원은 3선이라는 관록을 앞세우며 이 의원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박 의원은 자타공인 이 의원의 '러닝 메이트'를 연일 부각하고 있고, 장 의원은 유일한 30대 후보(39세)로 당원들과의 소통 강화 공약을 내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