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진단 박지수... "성적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

입력
2022.08.0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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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대표팀에서 하차
FIBA 농구월드컵 '적신호'

한국 여자농구의 대들보 박지수(24·청주 KB스타즈)가 잠시 코트를 떠난다. 성적 압박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 초기 진단을 받아서다.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농구 월드컵 출전을 준비 중인 대표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1일 “박지수가 최근 과호흡 증세로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공황장애 초기 진단을 받았다”며 “모든 훈련을 중단하고 열흘 이상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증상이 완화될 때까지 적절한 치료와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전문의 소견에 따라 박지수의 대표팀 미합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협회와 소속팀은 박지수가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선수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지수의 공황장애 증상은 성적 압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 농구 관계자는 “전문의 소견에 따르면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주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소속팀 관계자 역시 “이른 나이부터 팀의 주축이자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면서 성과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박지수는 여자농구의 국보급 센터다. 뛰어난 골 밑 장악력을 앞세워 청소년 시절부터 연령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프로무대에 입성한 후에는 팀을 두 차례나 정상에 올려놓았고, 지난 시즌엔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다.

그러나 최고의 자리에서 활약하는 만큼 늘 결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이 그를 괴롭혔다. 또 스타플레이어에게 따라붙는 악성 댓글로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다. 박지수는 이와 관련해 2020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너무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진짜 그만하고 싶다. 농구가 좋아서 했다.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이젠 그 이유마저 잃어버리고 포기하고 싶을 것 같다”고 적었다.

박지수의 낙마로 대표팀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9월 22일부터 10월 1일까지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FIBA 2022 여자농구월드컵에 출전한다. 한국(13위)은 월드컵 본선 A조에서 세계 최강 미국(1위)을 비롯해 벨기에(5위), 중국(7위), 푸에르토리코(17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26위)와 맞붙는다. 대표팀은 이날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16명을 소집할 예정이었지만, 박지수를 제외한 15명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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