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시를 쓴다고?...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시인 AI' 첫 작품 나온다

입력
2022.08.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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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처럼 생각하는 초거대 AI에게 시 1만 편 학습
현대 미술·의료 분야에도 도전..."무궁무진한 가능성"


시를 쓰는 이유를 묻지 말아주십시오 . 그냥 쓰는 것입니다.
쓸 수밖에 없기에 씁니다.
무엇을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말을 하는 것입니다.
- 「시를 쓰는 이유」

인공지능(AI)이 쓴 시의 일부다. AI는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겼던 예술 분야까지 진출하고 있다.

1일 카카오의 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시 쓰는 AI 모델 '시아(SIA)'의 첫 번째 시집 '시를 쓰는 이유'를 오는 8일 출간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AI가 시집을 정식 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아는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언어 모델 'KoGPT'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초거대 AI란 수많은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차세대 AI를 말한다. 구글의 '알파고'가 바둑에만 특화된 AI였다면, 초거대 AI는 인간처럼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학습할 수 있는 AI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카카오브레인은 슬릿스코프와 협업해 시아에게 1만3,000편의 시를 학습시켰다. 슬릿스코프는 미디어 아티스트인 김제민과 AI 연구자 김근형이 함께하는 미디어아트 그룹이다. 슬릿스코프가 주제어와 명령어를 입력하면 시아는 입력된 정보의 맥락을 이해하고 곧바로 시를 짓는다. 슬릿스코프는 최종적으로 53편의 시를 선정했다.

시집의 주제는 컴퓨터 언어인 공(0)과 일(1)이다. '영' 대신 '공'으로 표기한 것은 존재와 비존재, 의미와 무의미의 관계를 함께 담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무의미·비존재(off)의 뜻을 담고 있는 공(0)은 슬릿스코프가 그동안의 작업 노트에서 나온 임의의 표현들을 시상으로 제시하여 생성된 시가, 의미·존재(on)의 뜻을 담고 있는 일(1)은 수학과 과학에 관한 주제를 시상으로 한 시가 수록됐다. 슬릿스코프는 오는 12~14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수록된 시들을 활용한 시극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 미술·의료 영상 분석도 도전...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


카카오브레인의 KoGPT는 현대 미술, 의료 분야에도 도전하고 있다.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AI 작가 '칼로'는 지난 6월 고상우 작가의 전시회에 디지털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또 카카오브레인은 지난달 25일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의료영상 분야의 초거대 AI 모델 연구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초기 흉부 엑스레이부터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 영상을 분석해 전문 의료진을 돕는 AI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김일두 카카오브레인 대표는 "시집 출간을 통해 KoGPT의 무궁무진한 예술적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모델이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탐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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