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1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겨냥해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나즈골과 골룸"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염두에 두기나 한 듯 잇단 사퇴를 선언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그 배후를 콕 집어 비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조수진 최고위원의 사퇴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고 맹폭했다. 비대위 체제 전환을 촉구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조수진·배현진 최고위원과 그 배후를 겨냥해 '저 자들'이라고 지칭하면서다. 그러면서 "저 자들의 우선 순위는 물가안정도 아니고 제도개혁도 아니고 정치혁신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가 지난 27일 "그 섬(여의도)에선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개고기를 받아 와서 판다"며 윤핵관들을 '앞과 뒤가 다르다'고 비꼰 것에서 비판 수위를 높인 것이다.
그의 화살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염두에 두고 비대위 도입에 우호적인 인물들을 향하고 있다. 전날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한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간장 불고기' 사진을 올렸다. 대표적인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는 안철수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는 앞서 두 사람을 겨냥해 '간장(간철수+장제원) 한 사발'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 대표가 연일 윤핵관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이유는 비대위 체제 전환 움직임과 관계가 있다. 조기 전당대회 개최가 가시화할 경우 그가 징계 기간을 마친 뒤 대표직에 복귀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 측은 이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비롯한 강경 대응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체제 전환 과정에서 당헌·당규 해석상 논쟁의 여지가 있는 점을 파고들어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지난 26일 이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대표"라고 지칭한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가 공개된 후, 여권은 지지율 하락과 극심한 내홍에 빠졌지만 오히려 이 대표는 2030세대 지지층을 중심으로 지원군을 끌어모으는 분위기와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조원씨앤아이가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25.2%를 기록, 안 의원(18.3%)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향후에도 장외 세력 결집과 여론전을 통해 차기 당대표 선출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징계 이후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둔 채 전국을 돌며 지지자들을 만나는 행보를 벌이는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