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줄이자'던 연예인들, 알고 보니 '탄소악당'

입력
2022.07.31 17:54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올 한해 자가용 비행기로 최다 배출 기록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며 환경운동에 앞장서던 해외 연예인들이 실제로는 무분별한 자가용 비행기 사용으로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조사 결과 자가용 비행기 사용량이 가장 많은 '탄소 악당'은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였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도 '탄소악당' 순위 상위에 올랐다.

29일(현지 시각) 영국 지속가능성 마케팅 회사 야드(Yard)는 전 세계 유명인사들이 올해 1월 1일부터 7월 19일까지 자가용 비행기를 통해 배출한 탄소 양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업체는 전 세계 유명인사의 자가용 비행기 사용을 추적하는 '셀러브리티제트'가 공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자가용 비행기 사용으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 이는 미국 정상급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였다. 조사 기간 자가용 비행기를 170회 사용했다. 비행시간은 총 380시간 이상, 1회당 평균 약 80분간 224㎞를 비행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구간을 6개월여 동안 거의 매일 이동한 셈이다. 전체 비행 거리는 3만 8,127㎞였다.

스위프트의 자가용 비행기가 올 한 해 배출한 이산화탄소 양은 약 8,293톤인 것으로 조사됐다. 평범한 사람들이 1년간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인 7톤보다 1,184배 많은 수치다. 야드는 "스위프트가 현재 콘서트 투어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양"이라고 언급했다.

스위프트는 영국에 있는 남자친구를 보러 가기 위해 전용기를 사용했으며, 남자친구를 데리고 오기 위해 아무 승객도 타지 않은 전용기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프트가 공개적으로 기후위기 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어 팬들이 더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는 2020년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로 총기 사고, 학자금 대출 등과 함께 기후 위기를 꼽았다.

스위프트 측은 즉각 반발했다. 스위프트가 자가용 비행기를 홀로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스위프트 측 대변인은 “스위프트는 비행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정기적으로 빌려주고 있다”며 "스위프트가 모두 또는 대부분 자가용 비행기를 사용했다고 말하는 건 노골적 오류"라고 반박했다.

야드의 디지털 지속가능성 디렉터인 크리스 버터워스는 "우리가 동경하는 부유하고 유명한 인사들은 항공 산업과 관련한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에 있어서 엄청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항공 분야는 매년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의 2.4%를 차지하는데 이번 조사는 비행, 여행 심지어 일반 배출에 있어서 슈퍼리치와 일반 시민들의 차이가 극명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야드가 조사한 유명 인사들은 조사 기간 자가용 비행기 사용만으로 평균 3,376톤의 탄소를 배출했다. 단 6개월여 기간의 사용량이지만 이는 일반 개인의 연간 배출량보다 482배나 많다.

탄소 배출량 상위 유명인 1인에는 스위프트 외에 복싱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7,076톤), 래퍼 제이-Z(6,981톤), 전직 야구선수 알렉스 로드리게스(5,342톤), 컨트리 가수 블레이크 셸튼(4,495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4,465톤), 모델 킴 카다시안(4,268톤), 배우 마크 월버그(3,772톤),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3,493톤), 래퍼 트래비스 스콧(3,033톤)이 이름을 올렸다.

오프라 윈프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두는 것은 환경"이라는 취지의 글을 쓰기도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한때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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