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이틀 "코로나19 신규 발열자가 0명"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13일 통계 발표 이후 불과 80일 만이다.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위한 수순으로 읽힌다. △위기 극복을 부각시켜 체제를 선전하고 △물자 이동이 끊긴 중국과 교역을 재개하고 △대북전단에 바이러스 유입을 떠넘기려는 3중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인용해 "29일 오후 6시부터 24시간 동안 북한 전역에서 발생한 신규 발열자가 0명이고 완쾌된 환자는 28명"이라고 전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0명'에 그쳤다. 치료 중인 환자는 176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발표대로라면 북한이 사실상 '코로나 청정지대'인 셈이다.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일반 주민들과 달리 28일 열린 전국노병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참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벗었다.
물론 이를 곧이 믿기는 어렵다. 치명률(0.002%)이 터무니없이 낮은 데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발열자'라는 포괄적 표현만 쓰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도 이날 "악성 전염병과 보통감기 등을 감별하기 위한 기술적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전염병 진단 능력이 미흡하다는 의미다.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기고문에서 "실제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5만 명(현재 북한 발표는 74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북한 발열자 상당수가 코로나가 아닌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 환자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국가정보원은 4월 말 이전 북한 내 수인성 전염병이 확산된 것으로 파악했다"며 "북한의 방역 대책이 수인성 전염병 차단에 치중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낙후된 의학기술이나 부정확한 통계, 그 어느 경우든 신규 발열자가 '0'으로 뚝 떨어진 데는 북한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했을 공산이 커 보인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은 최근 코로나19 유입 경로로 '색다른 물건(남측 대북전단)'을 지목해 당국의 면책 논리를 만들었다"며 "여기에 코로나 퇴치까지 예고해 주민 공포감을 줄이고 '이제 걸려도 개인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은 '군중신고법'을 통해 방역지침 위반에 대한 상호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선언은 중국과 교역 정상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단둥~신의주 화물열차 운행은 1월 재개했다가 코로나 확산으로 4월 말 중단된 상태다. 보건의료를 비롯한 중국의 지원은 국제사회와 등을 돌리고 있는 북한에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