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경찰대 출신 김순호(59) 치안감(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이 29일 예상대로 행정안전부 초대 경찰국장에 임명됐다. 경찰국장은 경찰 전반을 지휘ㆍ감독하는 요직으로, 윤석열 정부의 ‘경찰대 배제’ 기조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행안부는 이날 김 국장 임명 사실을 공개하며 “내달 2일 경찰국 출범과 함께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난 김 신임 국장은 광주고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경장 경채(경력경쟁채용)로 경찰에 입직했다. 경찰청 보안 1ㆍ2과장, 서울경찰청 보안부장, 안보수사국장 등을 거친 경찰 내 대표적 ‘보안통’이다. 직전에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준비단장을 맡았다.
김 국장 인선에는 새 정부의 ‘비경찰대ㆍ일반 출신 우대’ 방침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찰국장 후보군인 경찰 치안감 34명 중 △경정 특채(행정고시ㆍ사법시험 합격자) △경찰대 △간부후보생이 아닌 사람은 김 국장이 유일하다. 여기에 지역 안배를 꾀할 수 있는 호남 출신인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행안부가 경찰대를 나온 치안감은 아예 배제하고 인선 작업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국 나머지 인선에서는 경찰대 배제 기조가 완화될 전망이다. 행안부는 내달 1일까지 경찰국 산하 총괄지원, 인사지원, 자치경찰지원 등 3개 과 과장ㆍ실무자 인선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중 경찰 총경 몫인 인사지원과장ㆍ자치경찰지원과장 중 한 자리는 경찰대 출신을 앉히기로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정부가 과장급 인선 역시 ‘100% 비경찰대’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입직 경로 다양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최근 정부의 경찰대 개혁 드라이브를 놓고 “갈라치기 의도를 노골화했다”는 경찰 내 반발 분위기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행안부는 경찰국 출범과 동시에 ‘경찰 직할체제’ 구축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민 장관은 당장 경찰국을 앞세워 내달 중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무관 전보 인사를 단행하고, 연말쯤에는 총경 승진 인사를 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법이 보장한 장관 인사제청권을 무기로 경찰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여론이다. 정부는 ‘공룡’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국민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26~28일 경찰국 신설에 관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응답자의 51%는 “경찰을 통제하려는 과도한 조치”라고 답했다. “경찰의 권한 남용 견제에 필요하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앞서 25~27일 여론조사업체 4곳이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경찰국 신설이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56%로 절반을 넘었다. 향후 경찰국 운용 과정에서 독립성 침해 조짐이 불거질 경우 일선의 집단행동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경찰국이 모양새를 갖춰 가면서 그간 “국기 문란” 등 강도 높은 표현으로 경찰을 맹공하던 여권도 ‘달래기’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이날 일정에 없던 서울 신촌지구대를 찾아 현장 경찰관들을 위로했다. 대통령이 직접 경란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상징적 제스처였다. 이 장관도 전날 “모든 오해와 갈등을 풀고 합심하자”고 경찰을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