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에 첫 협박 김정은, 노리는 게 뭔가

입력
2022.07.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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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멸, 응징 등 거친 말로 윤석열 정부와 우리 군을 위협했다. 2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전승절 69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윤 정부의 선제타격 등 대북 군사정책에 대한 반발로 해석되나 윤 정부 초기 순탄치 않을 남북관계를 예고한 것이다. 당장 8월 한미연합훈련을 전후해 추가 도발을 포함한 ‘강대강’ 대치가 우려된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 직함도 생략한 채 반말로 윤 정부에 대해 강한 불신과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윤석열이 집권 전후 여러 계기들에 내뱉은 망언들과 추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 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만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향해서도 김 위원장은 “어떤 군사적 충돌에도 대처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처음 윤 정부에 대해 직접 입장을 내놓는 기회에 협박부터 한 건 실망스럽다. 대선 때 윤 대통령과 북한이 거친 언사를 주고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윤 대통령이 거론한 ‘선제타격론’이나 ‘저런 버르장머리도 정신이 확 들게 할 것’ 등의 발언은 과잉 해석된 측면이 없지 않다. 게다가 윤 정부는 최근 대북 경제지원과 안전보장까지 포함한 ‘담대한 계획’을 준비 중인 사실을 밝힌 마당이다.

물론 김 위원장의 비난 공세는 새삼스럽지 않을뿐더러 한국전쟁 휴전일을 전승절로 기념하는 북한의 내부결속 의도가 더 클 것이다. 김 위원장이 핵실험이나 강제 북송,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언급하지 않은 점도 평가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감정 섞은 말로 해결될 수 없다면 상대를 무시하고 겁박하는 언사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대만 문제로 갈등하는 미중을 비롯, 한반도 주변이 긴박하게 움직이는 시점에 긴장완화는 못할망정 위기를 고조시켜선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