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2019년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경찰특공대가 탈북 어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군사분계선(MDL)까지 호송하는 과정에서, 해당 업무를 지시한 주체도 파악하지 못한 채 임무를 수행했다는 입장을 국회에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이 당시에 실제로 호송 업무 지시 주체를 몰랐던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 측은 경찰특공대가 맡을 수 없는 탈북민 호송을 지시한 주체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라고 보고 수사를 통한 책임자 색출을 촉구했다.
28일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 소속 서범수 의원이 경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특공대는 2019년 11월 6일 '북한 주민을 판문점으로 호송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경찰특공대는 임무 요청을 받은 다음 날(7일) 어민 2명을 서울에서 판문점까지 호송했다. 그런데 경찰 측은 이 같은 요청을 한 주체에 대해서는 '불상의 관계기관'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공식 입장은 '호송 임무를 지시한 곳을 알 수 없다'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경찰 수뇌부는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서 의원 판단이다. 일련의 작전 과정이 당시 경찰청 보안국장(현 안보수사국장)과 경비과장을 통해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보고된 사실은 경찰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특공대는 당초 판문점까지만 호송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으나, 결국엔 어민 2명을 북한 측에 인도하는 지점인 군사분계선까지 데려갔다. 원래 임무 지역이 아닌 곳까지 작전을 수행한 이유에 대해 경찰 측은 "관련 기록이 없어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호송 임무에 투입된 특공대원에게 전후과정 파악을 시도했지만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까지 (추가로) 호송지원을 요청한 기관과 요청 형태 등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했다.
서 의원은 탈북민 호송은 경찰특공대의 임무 범위 밖이어서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특공대 운영규칙에 따르면 특공대의 임무는 △테러사건에 대한 무력진압작전 △공공의 질서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현저한 중요 범죄의 예방 및 진압 △각종 재해·재난 등 긴급상황 발생 시 인명구조 등에 한정될 뿐, 탈북민 호송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민의힘은 경찰특공대가 공동경비구역(JSA)까지 투입된 것은 그 자체로 정전협정 및 JSA 근무수칙에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 의원은 "대테러 업무를 위해 존재하는 경찰특공대를 '강제북송'에 동원한 주체는 결국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청와대 안보실일 수밖에 없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