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이 26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되며 불신과 실망을 키우고 있다. 윤 대통령이 윤리위 징계로 권한 정지된 이준석 대표를 겨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습니다”라고 언급했으니 누구라도 ‘윤심에 의한 이준석 찍어내기’라 여길 것이다. 대통령의 사적인 문자메시지가 공공연히 노출된 것만으로도 문제인데,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던 말을 스스로 뒤집은 꼴이니 더욱 심각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27일 “대통령이 국민의힘 권력 싸움에 깊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자기 당 대표를 제거하고 기분이 좋아 직무대행에게 이런 문자를 보낼 정도로 대한민국이 한가한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조오섭 대변인도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의 말씀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허언이었느냐”라고 비판했다. 틀린 소리 하나 없다. 이 대표 징계 당시 윤 대통령은 “당무에 대한 언급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긋고선 이 대표에 대한 불만, 지도부 교체를 반기는 마음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 징계는 정치적으로 해석돼 의미가 혼탁해졌고, 대통령에 줄 서야 한다는 메시지는 강화한 꼴이다. 국민 눈에는 심각한 경제위기나 민생은 안중에 없이 권력 다툼에 빠진 집권당 모습이 한심할 뿐이다.
이번 일로 여당은 다시 내홍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은 SNS를 통해 문자 내용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국민의힘 게시판에는 권 직무대행에게 “물러나라”거나 윤 대통령에게 실망감을 드러낸 글들이 수백 편 올라왔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 노출돼 오해를 일으킨 점은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며 “당무는 당 지도부가 알아서 잘 꾸려나갈 일이고 윤 대통령이 일일이 지침을 주거나 하는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국민이 이 말을 믿게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