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규는 천의 얼굴을 갖고 있다. '범죄도시' 양태, '악인전' 강경호 모두 그가 완성한 얼굴들이다.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삭발을 하고 항왜 군사를 그려냈다. 김성규는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아 밖에 자유롭게 돌아다닌다고 털어놨다. 각 작품에서 매우 다른 얼굴을 보여준 덕분이었다.
'한산: 용의 출현'에서도 김성규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2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로 만난 김성규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김성규는 '한산: 용의 출현'을 그림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큰 그림 안에 내가 구성원으로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고 했다. 이 작품을 통해 연기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도 말했다. 김성규가 '한산: 용의 출현'에서 맡은 역할은 항왜 군사 준사다. 준사는 조선을 위해 싸우고 전쟁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조선군과 왜군의 싸움이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인물이었다. 김성규가 바라본 준사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캐릭터'였다.
관객들이 어떤 장면만 보고 조선군의 편에 선 준사에게 설득당할 거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그는 "준사가 영화 전체적인 맥락과 같이 가지 않나 싶다. 내 장면에서 다 설명된다기보다 이순신 장군, 와키자카, 의병들의 모습을 통해 정리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준사가 항왜를 한 많은 인물들을 대변한다고 믿는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김성규는 '한산: 용의 출현'을 촬영하는 동안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준사가 조선군 편에 서기까지 어떤 것들이 영향을 줬을지 떠올리고 또 떠올렸다. "전란 속 한 사람으로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상황을 바라볼지 고민을 많이 했다. 감독님도 답을 내려주시지 않았다. 장면들과 관련해 구체적인 디렉팅을 주셨지만 인물 자체에 대해서는 열어두셨다"는 게 김성규의 설명이다.
김성규가 내린 결론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조선군과 왜군의 대립에 대해 알고 있지만 그 상황 속 많은 이들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진 못했다. 김성규는 이에 주목했다. 그는 "조선은 지키고자 하는 입장이다. 인간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많이 봤고 죽어나갈 수밖에 없는 전란 속에서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이 지닌 특유의 힘이 섬기고 싶게끔 만들었을 듯하다고도 했다.
김성규는 준사를 소화하기 위해 일본어 연습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삭발까지 감행했다. 그는 관객들이 일본어 연기를 거슬려 했을까 걱정하며 시사회 후기들을 많이 찾아봤다. 그러나 헤어스타일 변화는 걱정했던 바가 아니었단다. 그는 "'자를 거면 빨리 자르자'라는 마음이었다. 그래야 전투에 참여한다는 무게감이 생길 듯했다"고 밝혔다.
첫 등장 신에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보여주는데 어설프게 연기해 우스워 보이지 않게 노력했다고도 했다. 김성규는 헤어스타일 얘기를 하며 "사람들과의 교류를 최대한 자제했다. 당시 취미가 자전거였다. 혼자 운동했다. 머리가 삶에 크게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제작팀에서 선크림을 발라줬지만 가발을 떼면 자국이 보였다는 이야기 또한 들려줬다.
김성규는 김성균 조재윤을 보며 일을 즐긴다는 게 어떤 것인지 조금씩 알게 됐다고 했다. 박해일의 존재는 크게 느껴졌단다. 김성규는 박해일이 촬영을 하지 않는 순간에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듯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의 칭찬이 힘을 주기도 했다. 변요한의 에너지는 김성규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김성규는 '한산: 용의 출현'을 촬영하며 거쳤던 고됨이 '의미 있는 고생'이었다고 말했다. 캐릭터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는 영화의 한 인물을 담당해서 기쁘단다. '한산: 용의 출현'의 배우들은 그에게 많은 것들을 알려줬고 이를 통해 김성규는 한층 발전했다. 준사를 만나 성장한 김성규가 앞으로 보여줄 모습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한산: 용의 출현'은 27일 개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