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을 만든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가 국내 취재진을 만나 인기 비결과 기존의 우려 등을 전달했다. 극중 박은빈을 비롯해 주현영 배윤경 강기영 강태오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를 직접 밝혔다.
26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스탠포드 코리아에서는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가 참석했다. '낭만닥터 김사부' '배가본드' '자이언트' 등을 연출한 유인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영화 '증인'의 문지원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박은빈)가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다. 감동 가득한 에피소드들이 전 세대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면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작품은 신파성이 적어 보는 이들의 몰입감을 유지했다. 문지원 작가는 "클리셰를 이어가는 것에 우려가 많았다. 영화보다 드라마 문법이 익숙하지 못한다. 다르게 해석한 결과가 나왔다. 문법이나 장치를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3년 전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증인'을 본 후 문지원 작가에게 "'증인' 지우(김향기)가 변호사가 될 수 있겠냐, 16부작 드라마가 재밌을 것 같냐"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 물음표로 인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문 작가는 "드라마와 영화 속 인물들이 평행 우주 속에서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증인'의 지우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굉장히 재밌게 보고 있을 것 같다"면서 뿌듯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국 기준 1회 0.948%, 2회 1.805%, 3회 4.032%, 4회 5.19%를 기록했다. 직전 방송인 8회는 전국 13.1%, 분당 최고 16.8%를 기록했다. 이날 유인식 감독은 "영광이다. 당연히 이렇게까지 큰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시작했다. 또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일부 네티즌들이 극중 우영우의 행동과 말투를 패러디했다가 자폐인 희화화에 대한 지적을 받았고 관련된 갑론을박이 크게 일었다. 아울러 공감이 갔다는 자폐인 가족들이 있는 반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그려져 한 편의 판타지 드라마가 아니냐는 의문도 있었다.
유인식 감독은 논란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도 "그런 이야기가 편안하진 않다. 우영우의 캐릭터를 따라 하는 분들이 자폐인을 비하하는 생각보단 본인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한 번쯤 따라 하고 싶을 것이다. 다만 불특정 다수에게 바로 전달되다 보니까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조심성을 가져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과거와 지금의 감수성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이유로 든 유인식 감독은 희화와 패러디 기준이 모호한 점을 들면서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달했다. 유인식 감독과 주연인 박은빈은 고민 끝에 우영우의 행동이 바깥에서 되풀이되선 안된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제작진들은 시청자들이 토론을 거쳐 시대의 기준점을 완성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설명이다.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도 강태오 박은빈이 각각 1, 2위에 등극한 데 이어 하윤경이 4위, 강기영이 7위, 주종혁이 8위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는 2주 연속 비영어 TV 부문 가장 많이 본 콘텐츠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문 작가는 "넷플릭스를 통해서 다른 나라 시청자들을 만나는 것이 걱정됐다. 말장난이 많고 국내 법과 해외 법이 다르기 때문에 전 세계의 인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인기 비결은 재미 덕분이다. 창작자로서는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것을 안다. 재밌게 봐주는 분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재밌다"고 느낀 바를 밝혔다.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의문도 많다. 극중 권모술수 권민우 변호사가 우영우를 약자가 아닌 강자로 치부하면서 '역차별'을 외치는 장면은 다수의 시청자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 문 작가는 "실제로 '대형 로펌에 우영우 같은 인물이 던져진다면'으로 상상을 했다. 우영우는 배려가 필요한 약자이지만 따라갈 수 없는 강자이기도 하다. 최수연처럼 반응하는 이도 있다면 권민우처럼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영우를 둘러싼 여러 입장을 보여주고 싶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작품에 어쩔 수 없이 묻어난다. 창작자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하면 시청자들은 시시하게 느낀다. 그래서 더욱 경계한다"고 작품관을 밝혔다.
비자폐인이 자폐인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인지하고 있었다. 유인식 감독은 "그런 이야기가 한 번에 이 산업 안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대중문화로 들어가기에는 아직 어렵다. 한계가 명확한 만큼 장차 자폐인 배우가 자폐인을 연기하는 드라마를 기대한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유인식 감독 역시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작품을 보고 어려움을 느끼리라는 우려가 있었다. 다만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인을 대표하지 않다는 점과 실존할 수 있을 만큼 현실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유인식 감독은 "자폐인이 진실과 거짓이 충돌하는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의 길을 걷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그 질문을 잘 체화할 수 있는 캐릭터가 우영우다. 최소한의 개연성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답했다.
유인식 감독에 따르면 박은빈은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지 않은 회차가 없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작가는 "박은빈이 훌륭하게 연기를 했다. 드라마를 만들 땐 이 캐릭터가 자폐로 인해 생기는 어려움, 어두움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했다"면서 드라마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을 밝혔다.
문 작가는 "우리 드라마를 토대로 쏟아지는 이야기들이 세상을 바꾼다. 최대한 경험하고 경청하려고 한다"면서 "우영우는 부정확한 지식으로 완성된 인물이 아니다. 이 세상에는 우영우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앞서 자문 교수님이 장점 중심 접근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캐릭터의 명암에서 암이 많이 강조됐다면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장점이 흥미롭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물론 불편할 수 있다. 작품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수용적인 태도를 전했다. 작가는 모든 캐릭터들이 짧은 분량 안에서도 최대한 개성적으로, 반짝반짝 빛날 수 있도록 노력했고 덕분에 많은 캐릭터들이 골고루 사랑을 받고 있다.
작가와 감독의 좋은 가치관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신드롬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제 막 2막을 열었다. 이에 최종적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이뤄낼 가시적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