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기업들의 움직임이 얼어붙었다. 8월 기업체감경기 전망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절정이었던 2020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소비 위축까지 더해져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깊은 부진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음 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86.9를 기록했다. BSI가 9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0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BSI가 기준점인 100보다 낮으면 기업들이 부정적으로 경기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또 BSI가 올해 처음으로 긍정 전망이 나온 3월(102.1)과 비교하면 15.2포인트 급락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당시(2015년 3월 103.7→7월 84.3) 이후 처음으로, 기준점을 넘다가 6개월 이내에 10포인트 이상 내려간 달이 됐다.
업종별로도 제조업(82.5)과 비제조업(91.4)이 동시에 3개월 연속 부진하다고 봤다. 제조업, 비제조업 모두 3개월 이상 부진하다는 예측은 2020년 10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세부 산업별로는 반도체 기업이 포함된 전자·통신장비업(107.1)만 기준선을 웃돌았다. 의약품(100.0)은 가까스로 기준선에 섰다.
조사 부문별 8월 BSI는 고용(103.4)만 2개월 연속으로 긍정 전망을 보였고, 자금사정(89.6), 채산성(89.6), 내수(89.9), 수출(93.9), 투자(98.2), 재고(105.2·100이 넘으면 재고 과잉) 등 모두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수입 단가가 급상승하면서 국내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자금 조달 환경이 나빠지며 채산성과 자금 사정은 2020년 8월(채산성 85.1, 자금사정 88.3)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90선 아래로 떨어졌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아주 불투명해져, 투자·고용마저 나빠질 위험성이 커졌다"며 "기업의 세 부담 경감으로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함으로써 민간 경제에 활력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