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여성가족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밝혔다. 여가부 폐지는 지난 대선 공약으로 제시됐으나 여성계의 강력한 반발과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등으로 지난 5월 국정과제에서는 빠졌다. 이런 상황 탓에 김현숙 여가부 장관도 최근까지 부처를 없앨지 ‘인구가족부’ 등으로 개편할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여가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부처 폐지안을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폐지 방침에 힘을 실으면서 폐지 움직임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부처의 역할을 충분히 검토해 개편이나 혹은 폐지를 검토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정치적 득실을 따져 이를 추진한다면 갈등만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지난 대선에서 정부 여당의 새로운 지지층으로 떠오른 20, 30대 남성을 의식한 움직임이 아니기를 바란다.
사회적 공론화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여가부가 실제로 폐지될지 개편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 걱정되는 점은 윤석열 정부의 양성평등에 대한 무관심이다. 여가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1인 가구, 청소년부모 지원, 아이돌보미 확대 등을 추진하는 등 가족지원과 여성고용지원 부처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부 부처의 성별영향평가,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등을 포함한 양성평등정책은 언급조차 안 됐다.
대부분의 부처들이 남성중심적 관점에서 정책을 입안한다는 점에서 양성평등정책은 여가부의 존재이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보는 윤 대통령의 인식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외신으로부터 “내각에 남자만 있다”고 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은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양성평등이라는 시대적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총괄할 정부 부처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맹목적인 폐지 추진보다는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