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새벽배송 시장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올해 롯데온(4월), 헬로네이처(5월)가 새벽배송을 전면 중단했고, 2017년부터 새벽배송을 운영해 온 GS프레시몰도 서비스를 멈추겠다고 밝혔다.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기존 업체들이 발을 빼는 상황에서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연내 시장 진출을 노리는 네이버와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와 영업시간 제한 해제를 기다리는 대형마트가 시장에 새로 진입할지 주목되고 있다.
25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온라인몰 GS프레시몰이 31일부터 새벽 배송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수도권에서 오후 11시까지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했다. GS리테일은 3월만 해도 새벽배송 대상 상품군과 서비스 범위를 넓히다가 넉달 만에 사업을 접기로 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배송 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친환경 중심의 센터 운영을 위해 당일 배송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의 이런 결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커머스 실적 악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GS홈쇼핑을 흡수합병하고 요기요, 카카오모빌리티, 반려동물·푸드테크 스타트업 등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며 이커머스 사업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7.2%나 감소한 데다, 2분기에도 이커머스 사업부의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업체와 차별화하기 어려운 새벽배송 서비스부터 정리해 비용을 줄이려는 것이다. GS프레시몰에 앞서 새벽배송을 접은 BGF리테일이나 롯데온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비용 대비 효율이 나기 힘들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이미 새벽배송이 포화된 수도권에서는 수요를 더 창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통 유통 강자들이 '포기'를 선언하고 빠져나오는 것과 달리 새벽배송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이들도 있다. '이커머스 3강(쿠팡·SSG닷컴·네이버)' 중 아직 새벽배송을 시작하지 않은 네이버 쇼핑이 연내 새벽배송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5월부터 네이버 쇼핑에 입점한 일부 품목의 당일 배송 시범 운영에 나섰고, 하반기에는 새벽배송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기존 업체들이 자체 물류로 새벽배송을 한다면, 네이버쇼핑은 네이버스토어 입점사들을 대상으로 CJ대한통운과 협력을 택했다. 네이버쇼핑 관계자는 "①네이버의 수요 예측·기술력과 ②CJ대한통운의 인프라와 물류 기술을 모아보려는 것"이라며 "기존 새벽배송 업체처럼 인프라에 직접 투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무르익고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새벽배송 시장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이제는 실효성 없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21일 시작한 대통령실 국민제안 톱10 투표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가장 높은 찬성을 받고 있다.
대형마트 측은 월 2회 일요일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까지 풀리면 전국의 점포를 활용해 새벽배송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보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고유가 시대에 유류비가 가장 적게 나오는 방법은 점포에서 고객에게 바로 배송하는 것"이라며 "영업시간 제한까지 풀리면 새벽배송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