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들이 예비경선(컷오프)을 앞두고 중앙위원 표심 잡기에 나섰다. 본경선에 진출할 3명의 주자를 추리는 컷오프 투표는 '중앙위원 70%·국민 여론조사 30%'가 반영되는 만큼 중앙위원과 접점을 넓히는 게 급선무인 탓이다. '1강(이재명) 다약' 구도라는 평가 속에 본경선에 진출할 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각 주자들은 약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했다.
1강으로 꼽히는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은 24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당대표 선거 출마선언 직전 지난 10일 이후 2주 만에 광주를 다시 찾은 것으로, "광주 정신을 이어서 강하고 유능한 민주당, 그리고 이기는 민주당을 꼭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 의원은 전날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았다. 방명록에는 노 전 대통령이 강조한 '반칙과 특권없는 사람사는 세상'을 적었고, 페이스북에는 "노무현 정신이 지금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그가 당대표 주자로서 밝힌 첫 메시지도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이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이 의원이 당에서 가장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 언급을 강조하는 행보에 나선 데에는 컷오프 전략과 맞물려 있다. 민주당의 기존 주류세력인 호남과 친노무현계 표심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3·9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서 나섰지만, 당내 권력구도에선 비주류였다. 이런 탓에 기존 주류들을 설득해 중앙위원 투표가 70% 반영되는 컷오프에서 압도적 표차로 1위를 확보하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중앙위원 대다수가 지금은 친문재인·친이낙연계로, 이 의원이 1강 후보로 꼽히지만 결코 방심할 수 없는 배경이다"고 밝혔다.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 생) 주자들도 지역을 돌며 중앙위원들을 만나고 있다. 충남도당 위원장인 강훈식 의원은 자신의 안방을 떠나 22일부터 사흘간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일정을 소화했다. 강병원 의원은 주말 충청·세종에 이어 이날은 서울 은평을 대의원대회에 참석했다. 박용진 의원은 서울·경기, 박주민 의원도 서울에서 열린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최대 표밭'인 수도권 관리에 주력했다. 다른 주자들도 취약 지역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김민석 의원과 설훈 의원도 주말 동안 충청·강원, 경북·충청을 찾았다.
민주당 중앙위원은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해 광역·기초단체장, 원외 지역위원장 등 38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중앙위원들 사이에선 예비후보가 8명이나 되는 만큼 이들이 만나자는 요청을 들어주기가 어려워 전화통화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의원의 독주를 막으려는 비이재명 주자들의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강병원·설훈·김민석 의원에게 "단일화에 열려 있는 그 어떤 분이든 예비경선 전 '혁신 단일화 공동선언'에 우선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고, 강병원·설훈 의원이 화답했다. 다만 박주민·강훈식 의원은 컷오프 전 단일화 선언에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반쪽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