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경찰 총경들이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었다. 경찰 핵심 간부급인 총경들이 집단 의견 표명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건 유례없는 일이다. 전체 총경(580명)의 3분의 1인 19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회의에 참석했고, 절반이 넘는 356명은 동조 표시로 회의장에 무궁화 화환을 보냈다.
후폭풍은 거세다. 경찰청은 해산 지시를 어겼다며 회의 직후 주도자인 류삼영 울산중부서장을 대기 발령하고 현장에 참석한 56명을 상대로 감찰에 착수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24일 "부적절한 행위"라며 총경들을 비판했다. 반면 경찰 내부망에선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등을 겨냥해 "나도 대기 발령하라" "(지휘부가) 행안부 장관과 대통령만 바라본다"는 성토가 잇따랐다. 여야 또한 "평검사회의는 되고 경찰서장 회의는 안 되나"(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 "일선 경찰지휘부가 자기 치안 지역을 벗어나 집단행동을 해도 되느냐"(국민의힘 이채익 국회 행안위원장)며 공방했다.
총경들은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경찰국 출범과 경찰청장 지휘규칙 시행에 대해 "역사적 퇴행"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경찰의 민주적 통제는 필요하지만 경찰 중립성과 책임성,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행안부 방식은 안 된다는 것이다. 여론 수렴 또한 미흡했다며 이달 26일 국무회의에서 완료될 관련 시행령 제·개정 절차를 보류하라고 요구했다. 올바른 경찰 통제안은 국가경찰위원회 기능 실질화라는 입장도 정했다.
총경은 경찰서장, 본청·지방청 과장 등 핵심 보직을 맡는 계급이라 '경찰의 꽃'으로 불린다. 이들의 집단행동에 무게가 느껴지는 이유다. 분란 확산의 일차적 책임을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무직 공무원인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 지휘권을 부여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침해 우려를 자초했고, 실행 방식은 법 개정 없이 시행령만 서둘러 고치는 졸속으로 이뤄졌다. 초유의 총경 회의마저 경청하는 자세 없이 무더기 징계로 덮으려 한다면 상황 수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