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인구를 앞세워 날로 몸집을 불려온 '게임 대국' 중국의 게임 시장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10대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겠다며 당국이 펼치는 강력한 규제에 따른 결과다.
지난 21일 중국 음향·영상·디지털출판협회(CADPA)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6억6,657만 명이었던 중국 게이머 규모는 올해 6월 6억6,569만 명으로 약 88만 명 감소했다. 게임 시장 매출 역시 같은 기간 1.8% 감소했다. 중국 게임 시장 규모가 하락 곡선을 그린 것은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게임 시장 합산 수익은 2020년 상반기와 지난해 상반기에 각각 30.4%와 8.3% 증가하는 등 최근까지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낸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의 글로벌 게임 시장 점유율은 18.1%로 미국(21.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거대 인구가 가진 잠재력을 감안하면 어렵지 않게 1위에 올라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빗나간 셈이 됐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브레이크 없는 성장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게임 대국'의 후퇴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당국의 '게임 때리기'가 실제 시장에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는 지난해 각종 온라인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몰아세우며 게임 시장의 주 고객층인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게임 시간 제한제'를 시행했다. 오후 10시에서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미성년자의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오후 8시와 9시 사이에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 시간을 '주 3시간 이하'로 묶어둔 것이다. 당국의 규제에 직격탄을 맞은 중국 최대 게임 개발 업체인 텐센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했고,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51%로 반토막 났다.
중국 당국은 중국에서 게임 콘텐츠를 팔기 위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 판호(허가권) 발급도 최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약 10개월간 단 한 건도 발급하지 않다가 지난 4월에야 게임 45개에 대한 판호를 내줬다. 그나마 발급한 판호는 중소 게임 개발사에 몰렸고, 텐센트와 넷이즈 등 거대 게임 업체가 개발한 게임은 빅테크 규제 흐름에 따라 제외됐다.
한국 게임 업계 또한 웃지 못하고 있다. 내수 시장 확장이 어려워진 중국 업체들이 한국 등 해외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면서다.
텐센트는 최근 한국게임산업협회에 이사사로 입회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기업이 이사사로 합류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한국 시장 진출에 출사표를 던진 것을 의미한다. 한국 게임 업체들로선 중국 시장 진출은커녕 집토끼마저 중국에 빼앗길라 전전긍긍해야 할 처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