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곡물 수출 협상 최종 타결… "식량난 완화 기대"

입력
2022.07.23 00:28
11면
22일 이스탄불서 4개 대표단 서명 
"러시아, 책임있게 합의 이행해야"

러시아 침공으로 흑해가 봉쇄되면서 우크라이나 항구에 묶여버린 곡물의 수출길이 다시 열린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UN), 튀르키예(터키)가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협상을 최종 타결하면서다.

22일(현지시간) AF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 협상 참가 대표단은 이스탄불에서 유엔이 제안한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협상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선박은 남부 오데사항 등 3개항을 안전하게 오고 갈 수 있게 된다. 러시아는 입출항하는 선박을 공격하지 않기로 했다. 원활한 운영과 분쟁 해결을 위해 각국 관계자가 상주하는 '흑해 항로의 안전보장 조정센터'가 이스탄불에 설치된다.

앞서 협상 대표단은 지난 14일 이스탄불에서 4자 협상을 열고 '흑해 항로의 안전보장 조정센터' 설립과 함께 곡물 수출입 항구에 대한 공동 통제 원칙에 합의했다. 이를 토대로 4개 대표단은 이번 주 협상을 재개해 세부사항을 논의했고 최종 합의에 이르게 됐다.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식량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식량 수출 재개가 세계 식량 가격 압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각 주체가 합의 실행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이 식량 위기 해결의 단초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러시아의 책임있는 합의 이행이 중요하다는 게 국제사회 입장이다.

미하일로 포돌야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러시아가 협정을 위반하고 우크라이나 항구 주변을 침범할 경우 즉각적인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도 협상 타결을 환영하면서도 러시아의 합의 이행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면서도 "우리는 러시아가 합의를 이행하도록 책임을 지게끔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수출길이 열려도 종전 수준으로 정상화되기까지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엔 관계자는 "선박이 드나드는 게 제대로 시행되기까지는 몇 주 정도가 걸릴 것 같다"고 AFP에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밀, 보리, 옥수수 등 곡물의 주요 수출국이었다. 러시아 침공 이후 남부 오데사 등 흑해 항구를 통해 각국으로 수출되던 해상길이 막히면서 세계적 식량 위기가 도래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항구에 발이 묶인 곡물만 2000만~2,50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