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가 22일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하청노조가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에서 파업에 돌입한 지 51일 만이다. 마라톤 협상 끝에 노사는 임금 4.5% 인상과 폐업 사업체에 근무했던 조합원 고용승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쟁점이었던 손해배상 소송 문제는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경찰은 협상 결렬에 대비해 진압 작전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성장에 인화물질과 위험한 구조물이 많아 공권력이 투입됐을 경우 인명 피해 가능성이 높았지만 불상사 없이 협상이 타결된 점은 다행이다.
당장의 파국은 면했지만 발등의 불만 끈 모양새다. 사태의 근본 원인인 조선업 인력구조 문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선박을 건조할 때 설계ㆍ관리를 제외하고 용접ㆍ절단 등 대부분의 노동집약적 업무는 하청업체가 맡는다.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하청 노동자들은 저임금, 중노동에 내몰리는 게 현실이다. 반면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에 반대하는 등 노노 갈등까지 노출됐다. 하청 노동자들의 저임금에 기댄 우리 조선업의 한계가 이번 사태로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조선업은 7년 만에 호황을 맞았지만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으니 이런 모순이 없다.
정부의 파업 대처 능력은 여러모로 아쉽다. 대우조선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어 노사갈등이 불거지기 전 정부가 막후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찍부터 나왔지만 이를 방관하다가 갈등을 키웠다. 파업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하청 노동자들이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를 가두거나 고공농성을 하는 등 극단적 방식으로 사태 해결을 호소했다. 그런데도 정부와 사측은 파업 손실만 강조하는 여론전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 윤석열 정부의 노사갈등 대처능력에 물음표를 남겼다.
정부는 이제라도 근본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저임금 기반 인력구조 개선은 물론, 불황기에는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취약한 경쟁력 강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대우조선을 살릴 수 있는 창의적 해법 모색이 시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