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대폭 깎아 준다고 했지만, 그 기대감에 집을 산다는 사람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집이 안 팔려 비상이죠."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A중개업소 대표는 22일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정부 때 보유세가 크게 뛰어도 거래가 된 건 집값이 오를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며 "지금은 집값이 빠지고 있는데 누가 세금 깎아 준다고 집을 사겠느냐"고 되물었다.
정부가 전날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주택 가격 기준으로 바꾸고 다주택자 중과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종부세 개편안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무덤덤하다. 그간 과도하다고 여겨진 종부세 부담을 줄여 준 건 대체로 환영하지만, 야당이 격렬히 반대하는 상황이라 관련 법(종부세법)이 국회를 통과할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일단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급한 쪽은 여전히 집을 팔려는 이들이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에도 매수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종부세 개편을 예고했지만, 다른 주택 보유세인 '재산세' 과세 체계는 그대로 둬 실거래가격이 19억 원 안팎의 준고가 주택을 갖고 있는 이들의 보유세 부담(올해 공시가 14억 원 집까진 종부세 0원)은 여전하다.
정부는 지난달 재산세도 깎아 준다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기존 60%에서 최대치(40%)에 가까운 45%로 낮춘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엔 되레 재산세가 크게 올랐다는 불만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꺾인 상황과 맞물려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60)씨도 "집이 반년 넘게 안 팔려 걱정인데 올해 재산세가 30%나 오른 340만 원에 달해 부담이 크다"며 "정부가 재산세도 조정해 줘야 실수요 심리가 개선될 것 같다"고 했다.
시장에선 이번 종부세 개편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초고가 주택(공시가 30억 원) 보유자나 다주택자가 세 부담이 현격히 줄어드는 만큼 매매 타이밍을 다시 잡기 위해 기존 매물을 거둘 거란 전망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1년에 종부세로 3,000만 원 내다 1,000만 원으로 줄면 집주인으로서도 버틸 여력이 생겨 매물을 거두거나 집값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시장에선 이와 관련한 특이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실제 아실에 따르면 이날 현재 서울 아파트 매물은 1년 전보다 40%가량 늘어난 11만4,000여 건에 이르는데,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구(1만4,000건), 서초구(1만792건), 송파구(9,260건) 3곳이 매물이 가장 많이 늘어난 자치구 톱5에 든다.
서초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종부세법이 실제 개정되면 모를까 실제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데 법 통과를 가정하고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은 아직 없다"며 "양도세 중과제 역시 내년 5월 9일 이후 다시 유지돼 유주택자가 집을 추가로 사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