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탐정]<8>목질계 바이오매스
“저탄소, 친환경 발전을 실천하고자 국내 최초, 최대용량의 목재펠릿 전소(專燒·한 개 원료로만 전기를 만듦) 발전방식을 도입·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남동발전 홍보 브로슈어)
“가장 흔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에너지원 바이오매스.” (2019년 한국서부발전 페이스북)
기후재난이 눈앞에 다가온 시대, 유독 많이 보이는 단어가 있다. ‘바이오매스’다. ‘바이오’라는 표현이 친환경적으로 들리기도 하고, 첨단 미래 기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현실에서 바이오매스 발전을 거칠게 설명하면, 목재를 연료로 가공해 석탄 대신 태우는 것을 의미한다. 나무를 태워 전기를 만드는 ‘목질계 바이오매스’가 전체 바이오매스 발전량의 약 54.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전기를 만드는 자회사) 5곳은 모두 석탄화력발전소에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함께 태우는 ‘혼소(混燒·함께 태움)’ 발전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중부발전을 제외한 4개 발전사는 주된 탄소 감축 요인으로 바이오매스 발전을 꼽는다.
이쯤에서 의문 하나. 나무를 태우는 것이 탄소 감축일 수 있을까.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표적인 탄소 저장고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길이 3m, 폭 10.5㎝ 목재 기둥 1개는 약 8.3㎏의 탄소를 보유한다.
실제 고체 바이오매스(목재 등)로 1테라줄(TJ)의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약 11만2,000㎏의 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석탄(유연탄)의 배출량보다도 1만7,400㎏이나 더 많다.
그럼에도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은 “바이오매스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작성하는 산정 지침 때문인데, 환경단체들은 “장부상의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약 1,236만 석유환산톤(toe) 중 목질계 바이오매스 비중은 17.3%(약 213만toe)에 달한다. 이는 태양광(약 33.6%·416만toe)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엔 총 72개의 바이오매스 발전사가 운영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 발전 사업자인 한전의 자회사도 전부 바이오매스 설비를 운영한다. 지난해 총 92만2,338톤의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태웠다.
한국남동발전은 이를 통해 약 183만6,000톤의 탄소를 감축했다고 밝혔다. 남부발전은 34만6,178톤, 서부발전은 8만5,733톤이었다. 동서발은 탄소감축량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발전량(18만8,467MWh)을 토대로 계산해보면, 약 7만5,989톤 감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부발전은 “비공개 정보”라며 관련 수치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발전사들이 이소영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온실가스 감축요인’ 자료에 따르면, 중부발전을 제외한 4개 발전사가 주요 감축요인에 바이오매스 연료 전환을 포함시켰다. 이 밖에 △석탄 온실가스 감축 정책 △태양광·풍력 발전 등도 주요 요인으로 제시했다.
‘바이오매스로 탄소를 감축했다’는 보고와 달리, 물리적 현실에서는 나무를 태우면 탄소가 배출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목재 바이오매스가 에너지 TJ당 11만2,000㎏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계산했다. 석탄(유연탄)은 9만4,600㎏, 원유는 7만3,300㎏이다.
그럼에도 ‘탄소를 감축했다’고 보고할 수 있는 이유는 배출량 산정 방식 때문이다. IPCC는 바이오매스의 탄소 배출량을 계산할 때, 나무를 베는 단계에서 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계산하도록 지침을 만들었다. 즉, 바이오매스 연료를 태우는 발전사가 아니라, 나무를 벤 벌채 사업자가 탄소 배출 책임을 진다. IPCC는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관된 형식으로 계산할 수 있도록 ‘국가 온실가스 산정지침’을 개발하는 주체이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는 연료를 연소할 때 탄소 배출량을 계산한다. 따라서 배출 책임도 발전사가 진다. 그런데 유독 바이오매스만 원료(나무)를 태울 때가 아니라 채굴(벌채)할 때 탄소를 계산한다.
이는 IPCC가 나무를 '연료'이기 전에, '산림 자원'으로 보기 때문이다. 화석연료는 수십억 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라서, 한 번 태우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반면, 나무는 심으면 다시 자란다. 30년산 나무 'A'를 태우고 새 나무를 심어 30년 동안 키우면, 'A'가 배출한 탄소를 다시 회수할 수 있다. 바이오매스가 '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이유다.
다만 나무를 태우고, 다시 심는 과정에는 변수가 많다. 예컨대, 산 주인이 나무 A를 다시 심는 대신에 리조트를 지을 수 있다. 따라서 나무를 심고 베면서 달라지는 탄소 흐름을 계산하는 것이 산림 탄소 회계의 중요 과제가 된다. 이 계산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인한 배출도 에너지 부문이 아닌 나무를 벨 때, 즉 산림 부문으로 일원화한 것이다.
환경부 역시 IPCC의 작성 지침을 받아들이고 있다.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집계할 때, 바이오매스로 인한 배출량은 ‘온실가스 산정제외 보고사항’으로 따로 기재하도록 한다. 이만큼은 기업 배출량에서 제외된다.
결국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는 것은 굴뚝에서 나오는 탄소가 줄었다는 뜻이 아니다. 발전사의 배출 책임을 산림 업계로 '외주화'했다는 의미일 뿐이다.
송한새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1995년 과학자들이 처음 바이오매스 발전의 탄소 계산법을 정립할 때는 이 발전이 활성화되기 이전이어서 그 결정의 여파를 가늠하지 못했다”며 “바이오매스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은 배출 책임을 동남아 국가로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목재펠릿의 82.8%(약 317만 톤)가 수입산이었다.
따라서 바이오매스 발전이 '정말 탄소 중립인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배출된 탄소가 제대로 흡수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IPCC도 "에너지 부문에서 사용되는 바이오매스가 자동적으로 탄소 중립 에너지원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시간이다. ‘나무가 자라며 탄소를 흡수하면 탄소 중립’이라고 믿고 넘기기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
IPCC에 따르면, 기후 재난을 막기 위해 인간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지난해 평균 1.09도가 올랐다. IPCC는 1.5도에 도달하기까지는 최대 18년 남았다고 발표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2030년 전에 1.5도를 넘길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반면 미국 시민단체 천연자원보호협회(NRDC)에 따르면, 목재펠릿(원목 40% 포함)을 사용하는 발전소가 일반적인 석탄발전소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어지는 시점은 2070년 이후다. 그때까지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석탄발전소보다도 탄소 배출량이 많거나 비슷하다. 기후 붕괴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나무가 다시 자라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부족하다.
목재펠릿은 일정량의 원목에 잔가지·톱밥 등 부산물을 섞어 만든다. 업계에 따르면 기술력이 좋을 경우 원목을 20%만 투입해도 되지만, 일반적으로는 최대 70%까지 투입한다. 원목이 많이 포함될수록 숲을 더 훼손한 것이어서 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
이 탓에 지난 5월 유럽연합(EU)의 유럽의회 환경·보건·식량·안전위원회는 산림바이오매스의 사용을 제한하는 권고를 채택했다. EU는 ‘무엇이 재생에너지이고, 어떤 정책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를 규율하는 재생에너지지침(Renewable Energy Directive II·RED II)을 두고 있다. 최근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에 ‘숲에서 잘라낸 원목 바이오매스(1차 바이오매스)는 재생에너지에 포함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유럽의회의 또 다른 위원회인 에너지위원회는 지난 13일 다시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채택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위원회가 바이오매스의 '재생에너지' 지위를 두고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한 최종안은 9월 유럽의회 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산림청과 산업부는 ‘미이용 바이오매스’를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 병충해·화재 피해목, 숲을 가꾸기 위해 벤 나무, 이용 가치가 없는 폐목·잔가지 등 '어차피 버려질 나무' 위주로 바이오매스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미이용 바이오매스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산림청의 목재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에서 사용된 전체 목재펠릿 중 미이용 바이오매스로 만든 비율은 약 7.4%(409㎥)에 불과하다.
그나마 한전의 5개 발전자회사 같은 대형 발전사는 미이용 바이오매스 비율이 평균 64.2%로 높은 편이지만, 그중 동서발전의 경우 약 17.7%로 여전히 낮은 성적을 보인다. 이 밖에 △서부발전 61.5% △남부발전 64.4% △남동발전 77.4% △중부발전 100%였다.
지난해 충북 청원의 한 업체는 경남 거제에서 소나무 재선충 방제사업을 하던 중 병에 걸린 소나무가 아닌 일반 활엽수를 3,000그루가량 베어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이 업체는 미이용 바이오매스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이 사업지에서 벌채한 피해목(소나무)도 미이용 바이오매스 제조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따라서 병충해 피해목인 소나무만을 미이용 바이오매스 제작에 사용해야 하는데, 멀쩡한 활엽수까지 원료에 포함될 뻔한 것이다.
이 사건은 산림청이 지난해 8월 합동점검에서 거제시로부터 상황을 전해들은 뒤 사업체에 주의 조치를 하고 활엽수는 미이용 증명량에서 제외시켜 일단락됐다. 업체는 “작업 안전상의 이유로 활엽수를 벌채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불기소 처분서를 공개하라는 이소영 의원실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원종태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산불 피해·소나무 재선충 방제작업 현장에서 피해목뿐 아니라 일반 나무까지 모두 베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미이용 바이오매스를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바이오매스의 무분별한 양적 확대를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를 운영, 발전사들이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때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라는 것을 통해 평가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MWh당 REC 1개를 지급하는 식인데, 발전원·설비용량·설치방식에 따라 가중치가 다르다.
같은 1MWh를 생산해도, 연안 해상풍력은 가중치가 2.0이며 REC를 2개 지급받는다. 반면, 태양광은 임야에 설치하는 경우 0.5개, 수면에 띄워 설치하는 경우 최대 1.6개를 받는다. RPS 대상 발전사는 일정 정도 이상의 REC를 발급받거나, 구매해야 하므로 가중치가 더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이 장려된다.
바이오매스의 REC 가중치는 일부 태양광보다도 높아 2018년 발급 REC 중 27.4%나 차지했다. 이에 산업부는 2018년 바이오매스 발전(목재펠릿·전소)의 REC 가중치를 1.5에서 0.5로 낮췄다. 그러나 미이용 바이오매스는 여전히 전소 설비 2.0, 혼소 설비 1.5를 적용받아서 육상풍력(1.2)이나 태양광 발전보다도 가중치가 높다.
게다가 변경된 가중치는 2018년 이후 건설된 발전소에만 적용이 되어 대부분의 발전소는 1.5 가중치를 그대로 적용받고 있다. 예컨대 남동발전은 여전히 1.5의 가중치를 적용받고 있으며, 전체 REC 1,022만 개 중 27.8%(285만 개)를 바이오매스로 채우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개정된 가중치를 소급 적용하는 것에 대해 검토했지만 법적 신뢰 보호 원칙에 따라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바이오매스 발전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태양광·풍력 위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