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드림’

입력
2022.07.22 18:00
22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올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한 엘살바도르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국가 예산의 15%를 투입해 비트코인을 산 엘살바도르가 이미 60% 손실을 입었고, 내년 1월 만기인 8억 달러(약 1조400억 원) 외채를 상환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엘살바도르는 작년 9월부터 비트코인을 미 달러화에 이은 제2 법정통화로 사용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미 달러화 가격으로 실시간 결정되는 비트코인으로 세금도 내고 물건도 사고 은행대출도 상환할 수 있다. 사업가이자 소수정당 출신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국민 70%가 전통적인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타개하겠다”며 국민 1인당 30달러어치의 비트코인 지갑을 나눠주기까지 했다. 그는 올해 급락장에서도 국고를 털어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하면서 “싸게 팔아줘서 고맙다” “차트를 보지 말고 인생을 즐기라”는 트윗을 날린 바 있다.

□ 비트코인은 엘살바도르의 미래 성장동력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공개한 ‘비트코인 시티’ 건설 계획에 따르면, 동남부 화산지대에 지어질 이 신도시에는 대규모 지열발전소와 비트코인 채굴소가 함께 들어선다. 부켈레 대통령이 “모든 국민이 부유해 질 수 있으며 비트코인이 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뤄, 지열로 생산한 저렴한 전기를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이 국가 주력사업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휘청이면서 신도시 건설을 위해 추진하던 1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국채 발행 계획마저 무산되고 말았다.

□ 엘살바도르는 100년 넘게 쓰던 자국 통화(콜론)를 포기하고 2001년 미 달러화를 채택할 만큼 경제가 허약하다. 국내총생산(GDP)의 24%나 되는 자국민의 해외송금에 기대어 산다. 이들에게 비트코인은 △금융인프라 확대 △해외송금 수수료 절감 △미국 영향력 축소 △채굴을 통한 경제성장 등 다목적의 탈출구였다. 바닥을 기던 비트코인이 최근 2만4,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반등세를 보였다. 엘살바도르의 꿈도 함께 살아날지 주목된다.

김용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