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소득세 부과 기준인 과세표준(과표) 구간 상향으로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연간 세금이 최대 54만 원 줄어든다. 경기 침체기에 납세자 세 부담을 덜어 주기엔 감세 효과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 확대도 뼈아픈 대목이다.
기획재정부는 21일 '2022년 세제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소득세 과표 8구간 중 하위 두 개 구간인 1,200만 원 이하(세율 6%), 4,600만 원 이하(15%)를 각각 1,400만 원 이하, 5,000만 원 이하로 높이기로 했다.
△8,800만 원 이하(24%) △1억5,000만 원 이하(35%) △3억 원 이하(38%) △5억 원 이하(40%) △10억 원 이하(42%) △10억 원 초과(45%) 등 나머지 구간은 현행대로 유지한다.
기재부는 2008년 이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한 채 요지부동인 소득세 하위 과표 구간이 '소리 없는 증세'를 일으킨다는 지적을 반영해 개편에 나섰다. 현 체계는 실질임금은 찔끔 올라도 명목임금이 많이 증가했다면 세금을 더 걷는 구조다.
과표 상향에 따라 납세자는 소득이 증가해도 더 낮은 세율의 과표 구간에 머물러 세금을 덜 내게 된다. 연 급여별 세 부담은 △3,000만 원, 30만→22만 원 △5,000만 원, 170만→152만 원 △7,800만 원, 530만→476만 원으로 줄어든다. 세금 감소율만 보면 급여 3,000만 원이 27.0%로 7,800만 원(5.9%)보다 크다.
급여 1억2,000만 원 초과자에 한해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는 5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낮아진다. 고소득층이 과표 상향으로 감세 혜택을 더 누릴 수 있어 소득세 감면액을 축소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세금이 줄어드는 직장인·자영업자는 약 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소득세 감세 인원은 폭넓지만 세금 인하 수준은 경기 불황을 견디기에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1,200만 원 이하, 4,600만 원 이하 과표를 각각 17%, 9% 높였다. 소득세 과표가 묶인 2008년과 비교한 물가 상승률 31.7%에 버금가도록 올렸다면 소득세 감면 폭은 더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면세자 증가를 제어할 각종 공제 제도 축소는 사실상 없었다. 과표 상향으로 면세자 비율이 약 1%포인트 늘어난다는 게 기재부 예측인데 월세세액공제 확대, 영화 관람료의 문화비 공제 추가 등 공제 제도는 오히려 늘었다.
2020년 직장인 기준 면세자는 전체의 37.2%로 미국 31.5%(2019년), 일본 15.1%(2020년) 등 주요국보다 높다.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나눠 낸다는 '국민개세주의'와 한참 동떨어진 원칙인 셈이다.
다만 소득세를 더 깎기 위한 큰 폭의 과표 상향과 면세자 억제를 동시 추진하긴 쉽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면세자를 늘리고 줄이는 상반된 정책을 함께 구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 소득세 체계는 연봉이 똑같더라도 누구는 세금을 내지만 누구는 공제 제도로 면세자인 수평적 불평등을 낳고 있다"며 "이번에 공제 제도 정비를 외면하면서 앞으로 큰 숙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과표를 대폭 높이면 면세자가 많이 증가하고 세수도 크게 감소할 수 있다"며 "세 부담을 늘리는 공제 제도 정비는 경기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이번에 거의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직장인이 월급 외 수당으로 받는 식대의 비과세 한도는 월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높아진다. 월 임금 300만 원, 식대 20만 원인 직장인의 총 월급은 식대 한도 10만 원을 제외하고 310만 원으로 봤는데 앞으로는 300만 원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기재부는 또 일하는 저소득 가구에게 지원하는 근로장려금(EITC) 가구별 최대 지급액을 △단독 150만→165만 원 △홑벌이 260만→285만 원 △맞벌이 300만→330만 원으로 약 10% 올렸다. EITC 자격의 재산 요건은 2억 원 미만에서 2억4,000만 원 미만으로 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