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가스 '밀당'...공급 재개하면서 "또 끊을 수도" 엄포

입력
2022.07.20 19:00
“수리 맡긴 가스터빈 반환 안 돼”… 또 서방 탓
비상 걸린 EU, 천연가스 15% 감축안 임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에 가스공급을 재개하겠다고 하면서도, 공급량 축소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엄포를 놨다.

유럽으로 연결된 가스관을 틀어쥐고, 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보복을 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상이 걸린 유럽연합(EU)은 자발적인 천연가스 사용량 감축안을 마련 중이다.

'불가항력 선언' 가스공급 중단 우려 한숨 돌렸지만...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튀르키예(터키) 정상과 회담한 후 기자들을 만나 점검을 이유로 가동이 중단된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적시에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늘 책임을 다해왔다”며 “앞으로도 모든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가스프롬은 발트해를 관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유지·보수를 위해 이달 11일부터 열흘간 가동을 멈춘다고 밝혔다. 당시 가스프롬은 21일부터 공급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스프롬이 14일 독일 에너지기업 유니퍼 등 몇몇 EU 고객사에 서한을 통해 ‘불가항력 선언’을 하면서 21일 이후에도 가스공급 재개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불가항력 선언이란 무역거래에서 예기치 못한 천재지변 등의 상황에서 계약 이행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보상 등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는 조치다.

하지만 이날 푸틴 대통령은 "서방에 수리를 맡긴 파이프라인 가스터빈이 제때 반환되지 않고 있다"면서 공급량이 축소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터빈 하나가 추가로 고장 났다"면서 "터빈 한 대가 돌아오지 않으면, 수송량은 3,000만㎥론 줄어든다"고 밝혔다.

일일 공급량 3,000만㎥는 노르트스트림-1 최대 용량의 5분의 1 수준이다. 앞서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기존의 40% 수준으로 줄인 데 이어 서방 탓을 하며 추가 가스공급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당시에도 가스프롬은 독일 지멘스에너지에 수리를 맡긴 가스관 터빈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다급한 EU 자구책... "자발적 감축 불충분하면 강제조치"

러시아의 연이은 가스공급 차단 위협에 EU는 천연가스 사용량의 15%를 자발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천연가스 수요 감축 방안을 20일 공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러시아 가스공급이 재개되지 않는 등의 모든 시나리오에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한 겨울을 위해 가스를 절약하라'는 이름의 이 계획은 상황이 악화하거나 자발적 감축이 불충분할 경우 강제 조치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