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혐의의 그 남자는 사랑한 죄밖에 없을까

입력
2022.07.23 10:00
19면
넷플릭스 드라마 '유 돈 노우 미'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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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바로 보기 | 4부작 | 18세 이상

영국 런던에 사는 히어로(새무얼 아데운미)는 평범한 남자다.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직업은 자동차 영업사원이다. 주변에 학교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거나 범죄에 발을 디딘 동년배가 많으나 히어로는 대학까지 나왔다. 말쑥한 옷차림으로 직장생활을 하며 보다 나은 미래를 꾀한다. 어느 날 히어로는 버스 안에서 매력적인 여인 카이라(소피 와일드)와 마주한다. 첫눈에 호감을 느낀 히어로는 카이라에게 접근하고 둘은 금세 연인이 된다.


①여자친구가 사라졌다

카이라는 독서가 취미다. 거실 곳곳에 책이 쌓여 있을 정도로 애서가다. 불우한 환경에 비뚤어지기 쉬운 이민자 집안 출신답지 않은 면모다. 히어로는 카이라와 함께 할 미래를 그리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겪는다. 카이라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다. 히어로는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카이라의 소재를 파악한다.

카이라는 예기치 못했던 곳에서 일한다. 히어로는 충격을 받는다. 카이라를 구출해내기 위해 지역 마약상에게 총을 구한다. 모범생으로 살며 범죄와는 거리를 뒀던 히어로의 인생은 급변한다. 목숨만큼 소중한 연인을 위해 모든 걸 건다. 마약상들과의 대결을 불사하고 꾀를 내어 위기를 벗어나려고 한다. 하지만 계획은 흐트러지고 상황은 꼬여간다. 자신도 카이라도 가족도 오랜 친구도 위기에 처한다.


②그는 살인죄 누명을 썼나

드라마는 법정에서 시작한다. 히어로는 살인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배심원들에게 결백을 주장하며 여러 가지 물증들에 대해 반박한다. 히어로의 진술을 매개로 드라마는 그와 그 주변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돌아본다. 히어로는 어떻게 살인죄를 뒤집어썼고, 이를 어떻게 뒤집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히어로의 반박은 논리적이다. 반대 증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방청석은 술렁이고, 배심원들은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다. 히어로가 살인을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누가 살인을 했을까. 라이벌 마약상들끼리의 알력이 빚어낸 참사일까, 카이라가 우발적으로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은 걸까.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진실을 드러내지 않는다.

③인생을 건 남자의 순정

히어로가 문제를 해결하려 할수록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과정이 스릴을 만들어낸다. 히어로의 마음을 훔친 카이라가 갑작스레 사라지며 히어로의 삶을 뒤흔드는 모습은 고전영화를 닮았다. 뒤로 갈수록 반전이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이 흥미롭기도 하다.

드라마를 관통하는 정서는 순애보다. 히어로는 카이라를 위해 인생을 건다. 동시에 가족의 안녕을 위해 자신을 던지려 한다. 순정은 과연 악을 물리치고 히어로에게 일상의 행복과 달콤한 사랑을 안겨줄까.

※뷰+포인트
제목 ‘유 돈 노우 미(You don’t know me)’는 중의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히어로가 카이라의 실체를 제대로 모르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배심원들이 히어로가 관여된 일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Me)’는 히어로인 동시에 카이라인 셈이다. 제목이 여러 의미를 내포하듯 이야기는 꽤 복잡하게 전개된다. 드라마 막바지까지 카이라가 꾸민 계략에 히어로가 넘어갔는지, 히어로의 거짓말에 배심원들이 속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반전의 묘미를 지닌 동시에 실타래가 쉬 풀리지 않는 답답함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100%), 시청자(50%) ***한국일보 추천 지수: ★★★(★ 5개 만점, ☆ 반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