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이를 심의해 통과시킨다. 이 과정에서 늘 예산 감액과 증액이 이뤄진다. 국민의 대표기관이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구조조정하고 꼭 필요한 예산 지출을 추가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역대 국회에서 감액했던 예산 지출도 ‘무늬만 구조조정’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불어닥친 2020년 정부가 제출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면서 국회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예산 4조6,000억 원을 증액하고 기존 예산에 잡혀 있던 1조2,000억 원을 감액(지출 구조조정)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주택도시기금에 있는 여유 자금을 공적자금관리기금에 4,900억 원 추가 예탁해 빌려온 게 가장 크다. 정부 자금을 이쪽 주머니에서 저쪽 주머니로 옮긴 셈이어서 실질적 지출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밖에 구조조정은 △국방, SOC 지급시기 조정 4,900억 원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예산 조정 1,166억 원 등이었다.
이 역시 국제유가 하락으로 애초 계획보다 덜 쓰게 될 것으로 보이는 국방부의 장비연료 예산을 534억 원 감액하는 등의 상황 변화에 따른 지출액 조정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충청내륙1국도건설, 제주제2공항건설 사업 등 SOC 예산이 다수 삭감됐으나 실제 사업규모가 축소되거나 계획을 변경한 SOC 사업은 한 건도 없었다. 단지 지출 비용을 다음 해 이후로 미룬 것이다.
2021년 본예산안도 국회 심의에서 5조9,000억 원이 구조조정됐다. 하지만 감액 규모가 가장 컸던 상위 4개 사업(약 2조5,400억 원)만 봐도 실질적인 구조조정과는 무관했다. 그해 예측금액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국고채이자상환 예산이 9,000억 원 깎였고, 주택구입ㆍ전세자금 융자와 지방채 인수 융자 사업에서 융자금액을 각각 8,000억 원과 5,000억 원 줄였다. 모두 새로운 재원 마련과는 무관한 무늬만 구조조정이었던 셈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말로는 누구나 지출 구조조정을 외치지만 정부는 매번 뒤로 미루는 식의 기술적인 숫자 감축만 하고 국회는 이를 걸러낼 의지도 능력도 없어 대충 넘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정한 지출 구조조정을 하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예산 절감의 책임을 관료에게 떠넘기지 말고, 무수한 저항을 뚫고라도 어떤 예산을 구조조정할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