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추천을 들은 지 반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저는 신용카드만 10장 이상 보유한 '카드 부자'가 됐습니다. 그렇습니다. 지인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정말 네이버페이를 통해 신용카드를 만들고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했더니 10만 원 안팎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지급해주더라고요. 많게는 15만 원까지 받아봤습니다. 나중에 보니 카카오페이·토스·뱅크샐러드 역시 비슷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공짜 돈'을 받아서 좋긴 한데… 한편으론 궁금한 점도 많아졌습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그것도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이런 막대한 혜택을 주는 속셈은 무엇인지, 새 카드를 많이 발급하면 신용점수가 떨어지는 건 아닌지, 발급시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등 말이죠.
아 참, 아직까지 이런 혜택이 있는지 모르시는 분도 계실 것 같네요. 저처럼 신용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계신 분이나, 이런 소식을 처음 듣는 분들을 위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쉽게 풀어 정리했습니다.
일단 네이버에 접속해봅시다. '페이' 배너를 클릭하고, '혜택·쿠폰'으로 이동해 보세요. 여기서 '카드'를 누르면 현재 이벤트가 진행 중인 카드가 쭉 보일 거예요. 이달 가장 많은 혜택을 주는 카드는 삼성카드가 발급한 THE 1 카드네요. 무려 네이버페이 포인트 24만 원을 준다고 합니다. 그외 현대·롯데·신한·삼성(taptap 카드)도 20만 원 이상 포인트를 제공해 주네요. 통상 카드사들은 한 달 주기로 이벤트를 변경하니 참고하세요.
그럼 혜택과 조건은 어떻게 될까요. 삼성카드(taptap 카드)를 예시로 들어볼게요. ①이벤트에 응모하고 ②카드를 발급받은 뒤 ③해당 카드로 이달 31일까지 네이버페이 간편결제로 15만 원을 사용하면 ④다음 달 24일에 네이버페이 포인트 14만 원을 준다고 하네요. 만약 15만 원짜리 물건을 구입하면 체감가가 1만 원이 된다는 얘기죠.
추가적으로 9월에도 5만 원을 더 쓰면 3만 원을 주고, 휴대폰요금 등을 정기결제로 등록하면 최대 3만5,000원을 받을 수 있어요. 혜택을 모두 충족하면 총 20만5,000원이나 되네요.
자격 조건은 두 가지입니다. ①이벤트 시작일 기준 6개월 동안 삼성카드 결제·탈회 이력이 없고 ②최근 1년간 삼성카드의 다른 프로모션 혜택을 받지 않은 회원이면 가능합니다. 다른 카드사도 자격 조건은 비슷해요.
다만 주의할 점이 있어요. 카드 연회비가 복병이 될 수 있거든요. 현재 가장 많은 혜택을 주는 카드는 삼성카드 THE 1 카드지만 실제 혜택은 얼마 되지 않아요. 왜냐하면 카드 연회비가 국내 전용 기준 19만5,000원이거든요. 20만 원 결제시 20만 원을 주지만, 연회비가 비싸서 실질적으로 얻는 이득은 5,000원에 불과해요.
결론적으로 해당 카드가 제공하는 자체 혜택 때문에 가입하는 분이 아니라면, 통상 만 원 안팎의 연회비를 제공하는 카드를 발급받는 게 유리할 수 있어요.
기초 수업은 마쳤으니 심화 과정으로 넘어갈게요. 바로 '풍차 돌리기'입니다. 위에서 삼성카드(taptap 카드)만 예시를 들었는데, 대부분의 카드사가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거든요.
이 말인즉슨, 여러 개의 카드를 발급받고 프로모션 혜택 기간(1년)을 기다려 신규 카드를 발급받으면 카드사별로 1년마다 똑같은 혜택을 계속해서 받아볼 수 있다는 얘기죠. 온라인 재테크 카페·블로그 등을 보면 엑셀 등을 활용해 카드 신규 발급과 해지를 반복하는 고수들의 후기를 찾아볼 수 있어요.
자, 이제 여기까지 따라오셨으면 궁금한 점들이 생길 거예요. 도대체 카드사는 왜 이런 이벤트를 하는지, 이런 이벤트를 해도 남는 게 있는지 등 말이죠. 복수의 카드사 관계자 대답을 문답식으로 정리해볼게요.
-이런 이벤트 왜 하나요?
"원래 카드사는 카드 모집인을 통해 발급 카드당 5만 원 안팎의 모집비용을 제공해 왔어요.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진 이후엔 모집인 활동이 어려워졌고, 네이버·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발급이 대세가 됐어요. 간단하게 말하면 모집비용을 소비자에게 직접 주는 거라고 볼 수 있죠.
플랫폼들 역시 자사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이런 이벤트를 진행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게다가 최근엔 다른 카드사들도 모두 이런 이벤트를 진행하니까, 우리만 안 할 순 없잖아요. 경쟁사보다 1만 원이라도 더 줘서 신규 고객을 끌어모아야죠."
-남는 게 있나요?
"남는 게 있긴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지켜보는 단계인 것 같아요. 영업 담당 부서는 신규 고객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하겠지만, 마케팅 비용이 너무 올라갈 경우에는 관련 부서에서 제동을 걸 수도 있거든요. 회사별로 어느 정도 상한선을 설정해 놨을 겁니다."
-저 같은 소비자가 많아도 괜찮나요?
"아니요. 그러면 카드사가 손해입니다. 애초 설계 단계부터 적극적 소비자가 100%라고 가정하고 상품을 출시하지 않거든요. 또 카드 수수료가 대부분 0.5%인데요, 이미 원가 이하로 책정된 상태죠. 그래서 단순히 소비자가 카드를 사용했다는 것만으로는 돈을 못벌어요. 그래서 카드사는 △할부 △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 등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해요. 혜택을 받고 카드를 발급받으신 분들 가운데 일부는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벤트를 계속 진행할 수 있는 거랍니다."
신용카드를 많이 만들면 신용점수에 영향이 가는지 궁금한 분도 계실 것 같아요. 이 부분도 복수의 신용평가사 관계자에게 물어봤어요.
-신용카드 많이 만들면 신용점수에 영향이 있나요?
"아니요. 이제는 영향 없습니다. 신용카드 발급 개수와 신용점수는 무관합니다. 과거에는 영향이 있었어요. 카드 대란·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카드 돌려막기' 등이 성행했잖아요. 그때는 카드를 많이 발급받으신 분들이 연체를 하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신평사 입장에서는 '카드발급이 많을수록 연체가 많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입증됐고, 이에 따라 신용점수를 조절하긴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카드 혜택들이 워낙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소비자들도 하나의 카드만 쓰는 경우는 없고 다수의 카드를 이용하죠. 그러다 보니 통계상 발급 카드가 많다고 연체율이 높은 게 아니더라고요."
포인트 혜택 등이 늘면서 사용하지 않는 카드 수도 함께 늘고 있어요. 올해 1분기 기준 1년 동안 사용실적이 없는 휴면카드는 1,300만 장을 돌파했어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200만 장 넘게 늘어난 규모랍니다. 전체 발급 카드 중 휴면카드 비중도 17.5%나 됩니다.
휴면카드가 늘었다는 건 새 카드 발급 이후엔 해당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도 늘었다는 의미일 수 있어요. 이는 카드사 마케팅이 단기적 효과에 그쳤다는 얘기겠죠. 한편으로 카드 발급 비용은 늘어났지만,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향후 막대한 카드 발급 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이 궁금증은 카드사를 감독하는 금융당국에 물어봤어요.
-현금성 포인트 마케팅, 이대로 괜찮을까요?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경쟁이 너무 과도하면, 비용 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거든요. 다만 현재 법상 규제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답니다. 카드 발급 자체에 대해서는 연회비의 10% 이상의 혜택을 제공할 수 없지만, 이용실적에 따라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규제가 없거든요. 제도 개선에 대해서 고민해볼 부분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소비자를 업계에서는 이른바 '체리피커'라고 부를 것 같아요. 케이크에 올려진 체리만 쏙 빼먹듯이, 자기 실속만 극대화하는 소비자라는 뜻이죠. 주로 적극적 소비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랍니다. 하지만 카드사의 재정 건전성까지 감안하면서 소비해야 하는 게 바람직한 소비자의 윤리일까요?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얘기를 들어볼게요.
"카드사의 혜택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행위입니다. 소비자가 충분히 정보를 탐색해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카드를 설정하는 것은 아주 올바른 행위죠. 다만 감당 가능한 수준의 소비 생활을 하는 건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