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재무장관 "필요시 유동성 공급"...한국, 러시아 원유 제재 동참

입력
2022.07.19 19:34
6년 만에 서울서 한·미 재무장관회의 열려 
한국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동참”


원·달러 환율이 ‘경제위기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1,300원을 돌파한 가운데, 한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외환·금융시장 안정에 협력하기로 했다. 통화스와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그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요동치는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미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양국 장관은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는 원·달러 환율에 대해 “변동성이 커졌지만 한국 내 외화유동성 상황은 과거 위기 시와 달리 여전히 양호하고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등 위험요인이 여전한 만큼 추 부총리는 “필요시 유동성 공급 장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날 추 부총리와 옐런 장관은 세계·한국경제 동향과 전망,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복합위기 상황 감안 시 한미 간 전략적 경제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며 “글로벌 공급망 교란, 불공정한 시장 왜곡 관행 등에 대해 철저히 대응하기 위해선 더욱 긴밀한 정책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과 관련해 추 부총리는 옐런 장관이 제안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대해 동참 의사를 밝혔다. 미국 등 주요 7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합의한 원유 가격 상한제에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가격상한제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며 “가격상한제가 국제 유가 및 소비자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선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한 양국의 녹색 전환 지원과 코로나19 등 국제 보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 보강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추 부총리는 “한국도 팬데믹 대응 금융중개기금(FIF)에 3,000만 달러를 기여할 계획”이라며 “향후 관련 논의에서도 양국 협력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건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옐런 장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난 뒤 재무장관회의를 진행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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