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경제위기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1,300원을 돌파한 가운데, 한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외환·금융시장 안정에 협력하기로 했다. 통화스와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그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요동치는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미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양국 장관은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는 원·달러 환율에 대해 “변동성이 커졌지만 한국 내 외화유동성 상황은 과거 위기 시와 달리 여전히 양호하고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등 위험요인이 여전한 만큼 추 부총리는 “필요시 유동성 공급 장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실행할 여력이 있다는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날 추 부총리와 옐런 장관은 세계·한국경제 동향과 전망,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복합위기 상황 감안 시 한미 간 전략적 경제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며 “글로벌 공급망 교란, 불공정한 시장 왜곡 관행 등에 대해 철저히 대응하기 위해선 더욱 긴밀한 정책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과 관련해 추 부총리는 옐런 장관이 제안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대해 동참 의사를 밝혔다. 미국 등 주요 7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합의한 원유 가격 상한제에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가격상한제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며 “가격상한제가 국제 유가 및 소비자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선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한 양국의 녹색 전환 지원과 코로나19 등 국제 보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 보강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추 부총리는 “한국도 팬데믹 대응 금융중개기금(FIF)에 3,000만 달러를 기여할 계획”이라며 “향후 관련 논의에서도 양국 협력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건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옐런 장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난 뒤 재무장관회의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