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시너, 경찰은 수사팀 증강... 긴장 최고조 대우조선 파업현장

입력
2022.07.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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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노동부 장관, 경찰청장 현장 방문
금속노조는 20일 서울·거제 총파업 예고
노사 4자회담 난항 "23일 안에 타결해야"

19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1독(dock) 앞에는 하루 종일 긴장감이 흘렀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오전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느냐"며 대우조선해양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파업에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노사는 이날 오후 한때 협상에 진전을 보이는 분위기도 있었으나, 타결은 불발됐다.

지난달 2일부터 20m 높이의 1독 초대형 원유 운반선 탱크탑(원유저장 공간) 난간에 올라가 파업 중인 하청노동자 6명은 이날도 연신 "하청노동자도 사람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외쳤다. 독 바닥 한가운데 가로·세로·높이 1m의 철제 구조물 속에 스스로를 가둔 유최안 하청지회 부지회장도 팔다리만 밖으로 겨우 내놓은 채 웅크리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에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파업 현장을 찾았다. 명분은 파업 철회를 설득하기 위한 방문이었지만,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거론하며 노동자들을 압박하기 위한 성격도 있었다. 이상민 장관은 "공권력 투입도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며 "투입 시기는 워낙 급박하게 상황이 돌아가 언제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압박에도 노조는 임금 30% 인상과 노조 전임자 인정 등 요구 조건들이 수용될 때까지 파업을 접지 않을 태세다. 여기에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도 20일 서울과 거제에서 동시 총파업을 예고하며 지원사격에 나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상황이 파국으로 이어진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윤석열 정부의 몫이며, 이는 정부를 향한 노동자·민중의 거대한 투쟁으로 이어질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경찰도 공권력 투입을 위한 수순을 진행 중이다. 기존 거제경찰서 전담수사팀에 경남청 광역수사대 등 수사 인력 18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경남경찰청 요청에 따라 부산경찰청 소속 기동대 4개 중대를 20일부터 파업 현장에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파업 현장인 조선소 독 주변이 경비 작전을 펼치기에 위험한 지역이라, 공권력 투입 시 인명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김형수 하청지회 지회장은 "현재 유 부지회장은 시너 2통까지 지니고 있어 공권력이 투입되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지회장은 그러면서 "공포정치를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빵을 훔치지 말라고만 할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노사 양측은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이달 23일 이전에 협상이 타결돼야, 이번 파업이 순조롭게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은 23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2주간 여름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치면 노사 양측 모두 교섭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원청과 하청을 포함해 4자 회담을 진행 중인 노사는 일부 쟁점에 대해선 의견차를 좁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대 쟁점인 임금 부분에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저녁 노조가 일부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끝장협상'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흘러나왔지만, 최종 타협안 도출에는 실패했다.









거제= 박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