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을 겨냥해 강한 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은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사태 해결을 위한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한편,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윤 대통령의 잇단 강경 발언에 정부의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반드시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산업 현장에 있어서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권력 투입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시기는 언제인지'를 묻자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정부가 이날로 48일째인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을 용인하는 것이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밝힌 셈이다.
국무회의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대우조선 하청노조 불법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어렵게 회복 중인 조선업과 또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고 지역사회, 그리고 시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더 이상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산업 현장의 불법적인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밝힌 이후 연일 강경 메시지를 발신하는 배경에는 파업의 장기화로 기업뿐 아니라 조선업계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피해가 크다는 인식이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장기 침체를 겪었던 조선업계가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이번 파업의 타격이 크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우조선 사태에 너무나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이미 기업의 매출 감소액이 5천억 원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선 더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하청노조는 조선업 불황기에 깎인 임금 30%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등을 요구하면서 조선소 핵심시설인 도크(선박건조대)를 점거하고 있다.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통한 사태 해결에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진압 과정에서 인명 피해 등이 발생할 경우 후폭풍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공권력 즉각 투입'을 뜻하지 않는다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반드시 공권력을 투입하겠단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어려운 하청 근로자의 상황을 잘 알고 있어 얼마든지 정책적으로 지원할 마음도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정부가 인내하고 있는 만큼 빨리 노조가 불법파업을 끝내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