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대우조선해양 파업사태에 대해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산업현장의 불법상황은 종식돼야 한다. 노사관계의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한다”고 발언한 것보다 수위를 더 높인 것이다. 이날 치안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을 찾는 등 현장은 일촉즉발의 분위기다. 현재 대우조선 하청노조 노조원 1명은 인화물질을 든 채 건조 중인 선박에 설치한 철제구조물에서 농성 중이고 6명은 높이 20m 구조물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현장에 무거운 철제물도 많아 무리하게 진압작전을 할 경우 인명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주말부터 대우조선 협력업체(하청)와 사내하청 노조 간 교섭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과 여권이 이런 식으로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청노조가 기존 요구조건인 임금 인상폭을 낮추고 요구하는 노조 전임자 숫자를 줄이는 등 협상 공간이 넓어진 국면에서 정부가 할 일은 강경 진압 엄포가 아니라 오히려 협상 타결 분위기 조성이다.
이번 파업은 계약ㆍ설계ㆍ감독을 제외한 선박건조의 대부분을 저임금의 사내하청이 맡고 있는 조선업 인력의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파업에는 여러 복잡한 원인이 있는데도 정부는 오로지 파업에 따른 대우조선의 손실, 지역사회의 피해만 강조하며 비정규직 노조에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러니 강경진압 주문이 낮아진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노림수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이 무리하게 진압했던 용산참사, 쌍용차 사태는 다수의 인명 피해를 낳았을 뿐 아니라 이후 우리 사회에 큰 갈등의 씨앗이 됐다. 분쟁 현장의 공권력 투입이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하는 이유다. 사내하청 노조도 극단적 점거를 우선 풀고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