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지지율 하락을 바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응이 보름 만에 확 바뀌었다.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는 동일하지만, 개의치 않겠다던 기존 태도에서 이번에는 속절없이 떨어지는 지지율 추이에 대한 답답함이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국정수행 지지도 하락의 원인'에 대한 질문에 "원인은 언론이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 여부와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예방과 관련한 질문에 답했다. 전날 '사적 채용'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처럼 "다른 말씀은 또 없나"라며 말을 돌리거나 답하지 않고 자리를 뜰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자리를 뜨려는 순간 지지율 하락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에 응했다.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달랐다. 지난 4일 국정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름)를 기록한 것에 대해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고,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니까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 마음만 가지고 있다"고 답했을 때와 비교하면 확연하다. 당시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1, 2일 실시)에선,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긍정 46.8%, 부정 47.4%였다. 해당 발언 후 인사 난맥에 따른 여론 악화에도 만취운전 이력으로 비판을 받았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밀어붙였다.
윤 대통령의 언행은 지지율 추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2주 후 KOSI 여론조사(15, 16일 실시)에선 윤 대통령 국정 운영과 관련한 부정 평가는 63.7%로, 긍정(32%)을 거의 2배가량 앞섰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선 당시 선대위 내 잡음으로 지지율이 하락할 때도 개의치 않았던 윤 대통령이 현재의 지지율에 너무나 답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언론이 잘 아시지 않느냐"고 한 반응에는 답답함 외에 억울함도 섞여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언론이 최근 대통령실에 대한 잇단 사적 채용 논란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대답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지율이 오를 때는 이유가 분명해 보이는데 반해 떨어질 때는 이유가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과 언론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취지로 읽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