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공약대로 공매도 규제해야" 개미 투자자들 뿔났다

입력
2022.07.19 12:00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개인 투자자 보호 없는 공매도...골리앗 지원하는 꼴
세금 들여 청년 빚투 지원? 형평성 안 맞아

경기 침체 우려에 전 세계 증시가 약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달 한국 증시가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꼴찌'를 기록하면서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 제도를 다시 금지시켜 달라는 개인 투자자들의 요청이 늘고 있다. 비영리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등 주식 투자자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지난달 말부터 단체로 정부기관과 국회에 공매도 금지 검토를 촉구하는 민원을 넣고 있는 것.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19일 "새 금융위원장의 공매도 규제 시사 발언이 립서비스가 아니길 바란다"며 "외국인과 기관의 허들을 높여 부의 독점을 막아달라는 건데 현재까지 금융당국은 마이동풍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단체 민원이 폭증한 배경을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내건 '공매도 규제 강화'를 짚으며 "최근 주식 투자자들 민심을 보면 속았다, 손가락을 탓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일정 기간 뒤 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을 빌릴 때보다 갚을 때 주가가 낮아야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우리 금융당국은 주가가 급락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공매도 금지조치를 시행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공매도 금지 조치를 시행, 지난해 5월 350개 종목에 한해 부분 허용했다.

주가 하락에도 '기울어진 운동장'...한국은 "공매도 맛집"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금지를 다시 요청하는 배경은 주가 하락이다.

정 대표는 "(공매도 재개 후인) 작년 6월 이후부터 서서히 (주가가) 추락하다가 올해 초에 급락해서 2,300이 세 번 깨지고 고점 대비 약 30% 추락했다"며 "공매도가 100% 이유는 아니지만 공매도가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그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공매도의) 문제는 상환기간이 없다는 점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공매도 세력은 100전 98승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1월 임은아 한양대 박사와 전상경 경영대 교수가 발표한 논문 '공매도와 신용거래의 투자성과'에 따르면 공매도 주체가 개인투자자 대비 39배 수익을 가져갔다. 2016년 6월 30일부터 2019년 6월 28일까지 36개월 동안의 일별 공매도·신용거래(융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개인 신용거래 금액(547조9,270억4,000만 원·전체의 7.93%)은 공매도 거래 금액(309조8,132억8,000만 원·4.48%)의 2배 수준이었지만 수익금은 공매도 수익금이 약 9,175억5000만 원, 신용거래 수익금이 약 233억6,000만 원이었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 공매도는 특이하게도 외국인이 80% 내외를 점유하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공매도로 돈을 벌기가 너무나 쉬운, '글로벌 공매도 맛집'이 되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인과 다른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관과 담보비율"도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담보비율은 주식을 빌렸을 때 잔고로 유지해야 하는 비율로 기관·외국인은 105% 이상, 개인은 140% 이상이다. 예컨대 기관·외국인, 개인이 각각 1억 원짜리 주식을 빌려 공매도한다면, 빌려서 되팔아 1억 원을 제외하고 기관·외국인은 500만 원을 개인은 4,000만 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레버리지 비율을 따지면 기관·외국인은 자기자본의 20배에 달하는 주식을 빌릴 수 있지만, 개인은 2.5배만 빌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일각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도 공매도 규제를 완화해 주는 방안을 거론한다'는 사회자 말에 정 대표는 "공매도는 대단히 복잡하고 고급한 정보가 있어야 해 개인은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개인 허들을 낮추기보다 기업 허들을 개인만큼 높여야 한다"는 요구다.


세금 들여 빚투 지원? 성실한 투자자에게 분노 유발

금융위원회는 개인의 공매도 담보비율을 현행 140%에서 기관·외국인(105%)과 형평에 맞게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역시 "개인 담보비율을 합리적으로 인하하는 등 공매도 운영 개선을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취임 직후 "시장 상황을 봐서 필요하면 공매도 금지나 증권시장안정기금을 활용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개미 달래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그건(금융위원장 발언)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립서비스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평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가 정부 지원만 요청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주식‧코인 투자한 청년층 채무 이자를 지원해주는 서민금융대책을 내놓은 데 대해 "형평성으로 볼 때 다수 국민은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어렵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이들의 분노가 있을 것이고, 모든 국민이 낸 세금에서 재원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피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정 대표는 "1,400만 투자자 시대를 맞이했다. 금융위원회 안에 소규모라도 개인투자자 보호 전담 조직을 신설해 중소기업 보호하듯이 개인투자자들을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공매도 논란을 잠재우려면 정부가 공매도 계좌의 10년간 수익액을 조사해서 과연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렸는지 조사해 보면 잠재워질 것"이라고도 제안했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