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가 봉쇄되면서 우크라이나 항구에 묶여 있는 곡물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릴 전망이다. 세계 식량난 원인으로 꼽힌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중단 사태가 해결을 향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AF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터키)가 흑해 항로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2일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열리는 합의 서명식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주재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하는 방식으로 열린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 대표단은 지난 14일 이스탄불에서 4자 협상을 열고 '흑해 항로의 안전보장 조정센터' 설립과 함께 곡물 수출입 항구에 대한 공동 통제 원칙에 합의했다. 이를 토대로 4개 대표단은 이번 주 협상을 재개해 세부사항을 검토했고, 이제 최종 합의를 눈앞에 둔 것이다.
세르히이 키슬리차 유엔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전체 당사자가 현재도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협상이 최종 타결되고 이대로 발효된다면 엄청난 수의 선박이 우크라이나 항구를 드나들 수 있다. 이미 준비는 완료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미국은 이번 협상 타결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러시아의 합의 이행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면서도 "우리는 러시아가 합의를 이행하도록 책임을 지게끔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이 전 세계 식량난 해결의 단초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러시아의 책임있는 합의 이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애초 (항구 봉쇄로 곡물을 수출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 있지 말았어야 했다"며 "이는 식량을 무기화하려는 러시아의 의도적 결정이었다"며 러시아 책임도 분명히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밀, 보리, 옥수수 등 곡물의 주요 수출국이었다. 러시아 침공 이후 남부 오데사 등 흑해 항구를 통해 각국으로 수출되던 해상길이 막히면서 세계적 식량 위기가 도래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항구에 발이 묶인 곡물만 2000만~2,50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