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가 폭염으로 끓고 있다. 유럽 기상도는 벌겋다 못해 핏빛이다. 동아시아는 물론 북미 남부지역도 섭씨 40도를 넘나들어 외출 자제령까지 내려졌다. 재난 대응 선진국 일본에선 열사병 의심 사망자가 50명을 넘었다. 인도 파키스탄을 비롯한 남아시아는 봄 폭염에 시달렸다. 우기인 몬순이 시작되기 전 3월 말부터 100일 동안 50도를 넘는 더위를 지나야 했다. 봄부터 열대야를 경험한 한국은 장마로 빗겨나 있는 게 다행이다.
□ 북반구에서 폭염 타격이 가장 큰 곳은 3, 4배나 자주 폭염이 발생하는 유럽이다. 2002년 7만 명, 2010년에는 5만5,000명이 폭염으로 숨졌다. 작년엔 400년 만의 폭우로 수백 명이 사망했고 시칠리아는 역대 최고인 51도를 기록했다. 올해도 예외 없이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남부를 달구고 영국 벨기에 등지로 북상 중이다. 이탈리아는 수력발전소 2곳이 가동 중단됐고 유럽 남부지역은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처음 적색 기상경보를 발령한 영국은 고열로 휘어진 철로 사고가 우려된다며 대중교통 이용 자제까지 안내했다.
□ 지구온난화가 폭염 빈도, 기간을 악화시킨다는 데 이견은 없다. 유럽 폭염은 대서양의 거대 순환해류 흐름에 이상이 생긴 게 원인으로 지목됐다.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표층수, 심층수 흐름에 혼란이 생겼다는 것이다. 독일 포츠담대학 기후영향연구소는 여기에 제트기류가 둘로 갈라지는 ‘더블제트’를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달 6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공개된 논문에서 연구소는 더블제트로 인해 기류 속도가 약해졌고 뜨거운 남쪽 공기 유입을 막지 못하면서 극단적 날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 북반구의 동시다발 폭염은 이제 여름의 뉴노멀이다. 전 지역이 뜨거운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올해 폭염은 2018년 최악 기록을 넘어설 수도 있다. 당시 인도 북부, 티베트를 제외한 전 지역이 폭염에 시달렸는데 한국에선 홍천군이 41도를 기록했다.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2도 높아진 탓이라고 하지만 지구의 역습치고는 극단적이다. 이제 피할 수 없는 폭염은 코로나19처럼 도시, 국가의 외피를 벗겨내며 사회적 부검 역할도 하고 있다. 유례없는 폭염에 이전과는 다른 대응책들이 필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