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반등을 위해 본격적인 관리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현안을 언급하는 방식을 지양하되, 핵심 참모들의 관여를 늘리면서다. 대통령의 직접적인 현안 언급은 취임 초 긍정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정제되지 않은 대통령의 발언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여론 형성에 실점 요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8일 "도어스테핑을 통해 나오는 언론의 모든 질문을 대통령이 즉석에서 답하는 형식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며 "반드시 대통령이 해야 할 답변이 아니면, 참모진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선 최근 '대통령은 일보 후퇴, 참모들은 일보 전진' 전략을 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최소 5, 6개 질문을 받아 왔지만, 최근에는 질문 개수와 시간을 확 줄였다. 윤 대통령의 이날 도어스테핑이 대표적 사례다.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수사와 관련해선 "대통령은 모든 국가의 사무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원칙론 외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에 대한 '사적 채용' 질문에는 입을 닫은 것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의 답변은 원칙론이나 국정운영 방향성과 일치하는 사안에 한정됐다. 탈북 어민 강제북송 논란이 신구 권력 간 충돌로 비치고 있는 것에 대해 '헌법과 법률'을 내세워 간결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대신 존재감이 미약했던 참모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전날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 대통령실 입장을 발표하면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각을 세웠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단 한 차례도 브리핑에 나서지 않았던 최 수석이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탈북 어민을 '엽기적인 살인마'라고 규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정 전 실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도 전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오랜 지인의 아들에 대한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해 "공적인 검증을 거친 후 행정요원으로 선발됐다"는 취지의 장문을 올렸다. 대통령실의 채용 시스템에 대한 비판에 "결격 사유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내용적으로는 그간의 해명과 다르지 않았지만, 형식적으로는 익명의 참모들이 나섰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대통령실의 업무분장 변화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꺼내 든 처방이다. 이달 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이후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일시 중단 등의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33.4%)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32%)의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지율 30%대 붕괴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도어스테핑이라는 헌정사 최초의 시도가 갖는 긍정적인 의미는 있지만 대통령의 발언이 갖는 무게를 고려할 때 방향 수정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즉석 발언은 솔직함으로 포장할 수 있지만 참모들의 발언은 마지막 보루"라며 "대통령의 의중은 물론 여론 공감대까지 반영해 대응해야 하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해당 여론조사기관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