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4.
이 숫자는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가 공시하는 '희소금속지수'의 올해 상반기 평균치다. 2016년 1월 평균가격을 1,000으로 잡고 시작한 이 지수가 6년 반 만에 4배로 증가했다.
희소금속지수는 정부 지정 희소금속 35종 중 한국이 많이 수입한 상위 7종(니켈 리튬 몰리브덴 크롬 망간 코발트 희토류)의 종합가격을 나타낸다. 당연히 현재 지수는 집계 시작 이후 가장 높다. 첨단산업 필수 원료인 희소금속 시장에 역사상 최고 수준의 수급 불안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광업공단이 공시 중인 수급 안정화 지수를 보면 최근의 수급 불균형이 뚜렷이 나타난다. 이 지수는 0~100 사이를 나타내는데, 100에 가까울수록 수급 안정 상황이다. 5~20이면 주의, 1~5는 불안, 0~1은 위기로 판단한다.
2차전지 핵심원료로 쓰여 '특별관리대상'인 니켈, 리튬, 코발트는 상황이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 리튬 지수의 월 평균치는 2.85를 기록, 이미 수급 불안 단계로 접어들었다. 니켈도 월 평균 7.41로 주의 단계 중 불안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렀다. 코발트의 월 평균 지수도 5.6이었다.
코발트 상황은 그나마 나아지는 분위기지만, 리튬과 니켈 공급 부족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전세계 2차전지용 리튬 수요는 올해(52만9,000톤)의 2배, 2030년엔 5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3사가 필요로 하는 리튬 또한 2030년엔 올해의 6배인 74만9,000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니켈의 2030년 글로벌 수요는 올해의 6배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월 글로벌 에너지 정보분석기업 S&P 글로벌 플래츠는 2030년이 되면 리튬 부족량이 22만 톤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니켈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스테인리스강 원료로 사용될 니켈(순도 99.8% 미만)은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고순도 니켈 공급은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희토류 또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가격이 최근 수년간 보지 못한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희토류로 분류되는 17개 원소 중, 특히 전기차와 풍력발전 터빈의 필수 부품(영구자석)에 쓰이는 원룟값이 무섭게 상승했다.
KOMIS 공시에 따르면 산화네오디뮴의 올해 상반기 월 평균 가격은 톤당 15만8,679달러(약 2억1,000만 원)로, 전년 동기 월 평균 가격보다 82%가 올랐다. 영구자석 필수 재료인 산화디스프로슘의 1~6월 평균 가격은 ㎏당 433.2달러로 2017년 이후 400달러 선을 처음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희토류의 수급 또한 전례 없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희토류 공급망 전쟁을 분석한 ‘가난한 미국 부유한 중국’의 저자 김연규 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장은 “최근 추세를 보면 2050년 글로벌 희토류 수요가 2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내부 수요를 우선하는 중국의 보호주의도 가격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공급선 확충이 시급하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김 센터장은 “영구자석에 들어갈 희토류 수급 불안정을 대비해 추가 공급선을 찾아야 한다”면서 “현재 공급망을 구축 중인 호주 말고도 캐나다 등 희토류 자산이 많은 국가와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